교정의 미루나무 김인숙 축구공 하나가 미루나무 발목에 걸쳐있다 미래로 미래로 달리지도 못하는 바람 빠진 자전거도 있다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처럼 때로는 이미 졸업한 반가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큰 키로 어쩌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여전히 수천 명의 아이들 기억이 살아있는 주인할머니의 늙은 얼굴을 보곤 하지 맹렬하게 오르던 찐빵기의 김은 다 식었고 미루나무도 식은 찐빵처럼 초조해질 때 이제 지상의 모든 수업들이 끝나가고 또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몇 권의 과거와 같은 앨범을 버리지 못하는 이 쓸쓸한 지구의 방과 후처럼 몇 몇 아이들이 청소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간 이 적막한 시간들이 미루나무의 그리움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 나무는 이미 긴 허리를 펴고 아이들의 새 얼굴을 익히려고 무성한 징검다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