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시와반시』 2021年 겨울號 揭載 (감나무의 시간 )

김인숙로사 2021. 11. 16. 12:27

감나무의 시간

 

김인숙

 

 

 

선친의 식목(植木)으로 자라고 늙은

감나무의 연중행사란 떫은 것을 보살피고

다시 물렁해지면서 쇠락한 입맛과 입 속을

공경하는 일이였다

 

몰골은 이미 오래전에 늙었지만

해마다 연두와 단풍을 들였던 감나무의 부음(訃音),

봄볕이 부지런히 독촉을 해도

감나무는 외진 가지 끝 하나 열지 않았다.

일제히 공중을 닫아걸고 고사(枯死)에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감나무가 먼저 부음을 전해 온 것이다.

아침이면 감나무 가지에서 자주 노래를 부르던 참새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가지에 붙은 새의 깃털을 모아서

쓸쓸한 부조(扶助)를 했을 것이다

 

그 후로 감나무를 찾지 않는 새들은 어디서 서성거릴까

내 허리의 통증도 날로 심해져서

봄날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침()을 맞던 아침,

감나무 가지에서 참새들이 날개 퍼덕이는 소리가 났다

부음을 전했던 감나무가 오뉴월 따가운 볕에 멱살 잡혀

저 세상 문턱에서 되돌아 온 것이다

어린 새순을 쓰다듬는 햇살의 함박웃음이

마당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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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月刊 現代詩學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評論 등단

* 2013년 제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회 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2021년 제7시사사작품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2020月刊 시인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