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산림문학』 2022年 봄號 揭載 (교정의 미루나무).

김인숙로사 2022. 9. 27. 13:23

교정의 미루나무

 

김인숙

 

 

 

축구공 하나가 미루나무 발목에 걸쳐있다

미래로 미래로 달리지도 못하는

바람 빠진 자전거도 있다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처럼

때로는 이미 졸업한 반가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큰 키로 어쩌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여전히 수천 명의 아이들 기억이 살아있는

주인할머니의 늙은 얼굴을 보곤 하지

맹렬하게 오르던 찐빵기의 김은 다 식었고

미루나무도 식은 찐빵처럼 초조해질 때

이제 지상의 모든 수업들이 끝나가고

또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몇 권의 과거와 같은 앨범을 버리지 못하는

이 쓸쓸한 지구의 방과 후처럼

몇 몇 아이들이 청소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간

이 적막한 시간들이

미루나무의 그리움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

나무는 이미 긴 허리를 펴고

아이들의 새 얼굴을 익히려고

무성한 징검다리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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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現代詩學  등단 / * 2017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1년 제7 시사사 작품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 月刊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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