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미루나무
김인숙
축구공 하나가 미루나무 발목에 걸쳐있다
미래로 미래로 달리지도 못하는
바람 빠진 자전거도 있다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처럼
때로는 이미 졸업한 반가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큰 키로 어쩌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여전히 수천 명의 아이들 기억이 살아있는
주인할머니의 늙은 얼굴을 보곤 하지
맹렬하게 오르던 찐빵기의 김은 다 식었고
미루나무도 식은 찐빵처럼 초조해질 때
이제 지상의 모든 수업들이 끝나가고
또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몇 권의 과거와 같은 앨범을 버리지 못하는
이 쓸쓸한 지구의 방과 후처럼
몇 몇 아이들이 청소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간
이 적막한 시간들이
미루나무의 그리움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
나무는 이미 긴 허리를 펴고
아이들의 새 얼굴을 익히려고
무성한 징검다리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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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現代詩學』 詩 등단 / * 2017년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1년 제7회 『시사사』 작품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년 月刊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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