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季刊『산림문학』 2022年 봄號 揭載 (교정의 미루나무).

교정의 미루나무 김인숙 축구공 하나가 미루나무 발목에 걸쳐있다 미래로 미래로 달리지도 못하는 바람 빠진 자전거도 있다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처럼 때로는 이미 졸업한 반가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큰 키로 어쩌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여전히 수천 명의 아이들 기억이 살아있는 주인할머니의 늙은 얼굴을 보곤 하지 맹렬하게 오르던 찐빵기의 김은 다 식었고 미루나무도 식은 찐빵처럼 초조해질 때 이제 지상의 모든 수업들이 끝나가고 또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몇 권의 과거와 같은 앨범을 버리지 못하는 이 쓸쓸한 지구의 방과 후처럼 몇 몇 아이들이 청소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간 이 적막한 시간들이 미루나무의 그리움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 나무는 이미 긴 허리를 펴고 아이들의 새 얼굴을 익히려고 무성한 징검다리의 ..

詩 廣場 2022.09.27

季刊 『미네르바』 2022年 봄號 揭載 (잠을 위한 노래).

잠을 위한 노래 김인숙 쌓인 잠이 산을 이루고 있다 저녁이 오면 먹구름이 끼듯이 머릿속엔 까만 잠이 들어찬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풍경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하루의 꿈과 잠이 꾸벅꾸벅 온다 아무리 손을 저으며 오지 말라고 두 눈을 부릅떠도 잠은 안하무인들이다 잠을 위한 노래들이 있다 피아노로 잠을 연주하는 곡 잠의 친구인 나른한 때를 위해 음악가들은 자장가들을 만들어 잠에게 헌정했다 오죽하면 지구도 자신의 반쪽에 잠을 가득 싣고 마치 레미콘트럭처럼 하루를 빙빙 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쳐져서 어딘가에 흡입되고 싶다 지금 내게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저 못다 잔 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몸이므로 잠은 몽롱한 그리움이다 잠으로 내 전신을 가득 채우고 싶다 잠이..

詩 廣場 2022.09.27

季刊 『시와세계』 2021年 겨울號 揭載 (한낮의 뒤쪽 /경포대)

한낮의 뒤쪽 外 1편 김인숙 한낮의 그늘들은 사실, 태양의 수족들이다 갖가지 그늘들은 태양의 소속들이지만 어떤 고지서도 발송하지 않는다 목청을 뽑았던 매미들 그늘이 불러들인 한 철이다 매미소리들의 뒤쪽엔 극렬한 팔월이 있다 매미의 날개에서 바람소리가 난다 자작나무 숲속으로 한낮이 기울어진다 나른한 햇살이 드나들던 뒤쪽 늘어난 목을 움츠리는 순간 음지가 단단해진다 날개를 늘어뜨린 악사들 곧 뜨거운 연주는 막을 내릴 것이다 한낮의 뒤쪽은 처마 밑의 낮잠이거나 부피를 늘이는 애호박들이다 나뭇잎들이 꽉꽉 채워 넣는 광합성들 매미가 새빨갛게 달군 기원을 쏟아 붓고 여름의 체온을 올리고 있다 경포대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더위가 먼저 승차한다 강릉행 버스요금 15,000원, 주문진행 17,000원, 나는 이미 대관령..

詩 廣場 2021.11.18

季刊 『시사사』 2021년 작품상 수상

季刊 『시사사』 작품상 수상 시상식( 2021년11월12일 15시 / 천안 백석대학교 창조실) 季刊 『시사사』 2021년 작품상 수상작품 * 작품상 수상자 : 김 인 숙 * 수상 작품 시간 밖의 당신께 그거 알아요 당신? 시간은 식물성과 광물성으로 나뉜다는 거 당신의 정원엔 온통 식물과 오지의 품종들이 가득하군요 계곡의 물소리를 이어폰인양 귀에 꼽고 찔레꽃 향기는 오월의 이마로 번지고 기다림은 찔레 순처럼 자랐지 당신은 시간 밖에서 바람과 머리카락 세는 놀이를 하며 강아지의 송곳니와 풀벌레 울음소리를 모아 볶고 무치고 튀겨 밥상을 차리지 정원의 아침이슬도 계절을 열고 나온 것들의 뾰족한 입술도 보지 못한 당신은 하루가 짧다고 투정하지만 그건 시간 밖에 있기 때문이지 바람 부는 날 정원의 ..

受賞 2021.11.18

月刊 『현대시』 2020年10月號. 첫시집 인터뷰 김인숙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첫시집 인터뷰 김인숙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김인숙 * 김건영 김건영 : 안녕하세요. 이렇게 첫 시집을 읽고 시인을 직접 만나 뵙게 되니 무척 기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라 제가 시를 쓰고 등단을 하고 난 후에 얻은 큰 기쁨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독자였으면 절대 못 겪을 일이잖아요. 그리고 첫 시집이 유난히 특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껏 시인이 살아온 생의 압축판 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인숙 시인께 안부 인사와 함께 첫 질문으로 시집을 낸 후에 달라진 것이 있는지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인숙 : 시를 쓸 때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위치감이나 공간감이 생겼다는 게 달라진 점 같아요. 첫 시집이 나왔을 때의 느낌이 생..

評論 世上 2021.11.18

季刊 『시사사』 2021년 겨울號 揭載. 작품상 수상대담(“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는 어디로 굴러가는가)

【季刊 『시사사』 2021년 작품상 수상대담】 김인숙_“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는 어디로 굴러가는가 대담 : 김인숙(시인) / 권경아(문학평론가) 권경아 :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등단 이후 8년 만에 첫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2020)를 출간하셨습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서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셨고, 이번 수상까지 기쁜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되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김인숙 : 첫 시집을 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자 큰 기쁨이었는데 그 미숙한 책에 상까지 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죠. 그런데 소포머 징크스라고 그러나요? 이제부터 더 나은 시를 써서 또 한권의 시..

評論 世上 2021.11.18

2021년 문학메카 詩 원고 김인숙(미로정원. 봉안 당엔 몇 줌 풍속이 분다)

미로정원 外 1편 김인숙 내가 알고 있던 길들은 다 어디로 연결되나 누구나 익숙한 행로(行路)를 거쳐 여기 있거나 그곳에 있겠지만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한 켤레의 행선지 미로정원을 헤매는 별자리들 눈앞엔 여전히 푸른 침엽의 벽 그 많던 제자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고 찾아지는, 혹은 미로 동공 속엔 환(環)의 날들이 동글동글 굴러다니고 한 시도 쉬지 않는 전전긍긍이란 풍차와 같은, 더듬어 가는 덩굴손과 같은 멈추면 끝인 그곳들을 향하고 있는가 수시로 열고 닫히는 미로정원의 입구와 출구들 그녀는 내게로 나는 그녀에게로 던지며 놀고 있는 이 천진한 편두통, 물려받은 떫은 피 같은 혹은 추워진 피 같은 봉안 당엔 몇 줌 풍속이 분다 봉안당 칸칸에는 식어버린 영혼들이 들어있다 아무리 밝은 불빛을..

詩 廣場 2021.11.16

季刊 『시와반시』 2021年 겨울號 揭載 (감나무의 시간 )

감나무의 시간 김인숙 선친의 식목(植木)으로 자라고 늙은 감나무의 연중행사란 떫은 것을 보살피고 다시 물렁해지면서 쇠락한 입맛과 입 속을 공경하는 일이였다 몰골은 이미 오래전에 늙었지만 해마다 연두와 단풍을 들였던 감나무의 부음(訃音), 봄볕이 부지런히 독촉을 해도 감나무는 외진 가지 끝 하나 열지 않았다. 일제히 공중을 닫아걸고 고사(枯死)에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감나무가 먼저 부음을 전해 온 것이다. 아침이면 감나무 가지에서 자주 노래를 부르던 참새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가지에 붙은 새의 깃털을 모아서 쓸쓸한 부조(扶助)를 했을 것이다 그 후로 감나무를 찾지 않는 새들은 어디서 서성거릴까 내 허리의 통증도 날로 심해져서 봄날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침(針)을 맞던 아침, 감나무 가지에서 참새들이 날..

詩 廣場 2021.11.16

季刊 『시와편견』 2021년 가을號 揭載 구수영시집 『흙의 연대기』 詩評(김인숙)

구수영시집 『흙의 연대기』 詩評 커피의 해악을 반나절 쯤 나열한다 해도 오후 네 시는 그렇다 김인숙(시인 평론가) 고백컨데 어려운 글을 쓰려고 작정하는 때가 있다. 글 사이 단어들도 괜히 영어, 아니 요즘은 영어 단어의 뜻 쯤은 어렵지 않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니 괜히 발음도 어려운 프랑스어, 독일어를 동원해서 글을 장식하려는 때가 있다. 이럴 때의 목적은 두가지다. 첫째는 어디 가서 잘난 척 하고 싶을 때, 두번째는 뭔가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것에 대해 잘 모를 때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어디서 줏어 들은 단어를 늘어놓기만 하면 되고 이때문에 발생하는 뭔 말인지 알아 먹을 수 없는 문맥은 형이상학적이라는 표현이라고 우기면 된다. 글쟁이로서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짓..

카테고리 없음 2021.08.25

月刊『월간문학』 2021年 10月號 揭載 김인숙(로사) (꿈속의 갤러리).

꿈속의 갤러리 김인숙(로사) 일생을 전시한다는 어느 전시회에 갔어요.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유년과 청년의 시절이었어요. 특히 청년의 시절엔 모퉁이들이 많았고 사금파리가 박혀있는 담장과 줄장미가 갇혀 있었어요. 그 외 시간들엔 빈 액자들이 많았어요. 설령 그림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그리다 만 느낌의 추상화들이 주종을 이뤘어요. 나는 심심해서 빈 액자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렸어요. 갤러리 창밖에서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창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를 보고 이름을 불렀지만 그 친구는 나를 향해 침을 뱉었어요. 갤러리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 창문은 이상한 창문이어서 안과 밖이 서로 모른 척 하는 창문이랬어요. 드문드문 끊어진..

詩 廣場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