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시와소금』 2017年 가을號 揭載 (공간 / 달팽이)

김인숙로사 2017. 9. 2. 19:48

공간

 

김인숙

 

 

 

상치上齒

하치下齒를 갖게 된 날로부터

우리는 우물거리는 중간이 되었을 것이다

꿀꺽, 넘겨야만 살 수 있는

포만과 허기의 죄를 함께 받았다

울음이 가득했던 입속의 시절과

입속을 메우는 심호흡의 시절을 지나

온갖 말로 어지러운 논쟁의 패악을 지나

결국에는 입으로 지은 죄를 닫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용할 양식들이란

중간에 낀 애매한 처지들이며

어떤 착지에도 어떤 비행에도 끼지 못하는

허우적거리는 것들일 뿐이다

묵묵히 귀를 공경하고 돌보는

이 설왕설래의 공간

거친 숨결만으로

벅찬 사랑을 일순간 쏟아 붓기도 하지만

흘리지 않으려고

앙다무는 이빨들 사이로

온갖 미사여구들이 썩어간다

 

입을 크게 벌리고 거울을 본다

목구멍 근처 온갖 꼬리들의 끝이 언뜻 보인다

입으로 지은 죄는 곧

마지막 한계다

 

 

 

팽이

 

 

 

이별이 되돌아왔다. 눈동자가 뱅뱅 돈다. 우아한 곡선으로

허공을 잡는다. 쉬지 않고 뒷발을 찬다.

 

되돌이 표에 숨어

보호막을 쓴 연체의 몸으로

작두를 탄다

 

궤도를 벗어난 고행

지구의 걸음마

공전 그리고 자전

 

우아한 곡선에 실린 한 순간의 떨림. 출발지가 곧 기착지가

되어버린 생. 가장 빠르게 혹은 가장 느리게, 눈물 속에다 집을

짓고 살다니

진정 그런 줄 몰랐다.

이별이 되돌아왔다. 눈물이 뱅뱅, 내 가슴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