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의 트위터
김인숙
엄지와 검지들이 트위터에 접속 한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책장을 넘기며 생각했던 적이 결코 없었다 죽은 하늘에서 쏟아진 폭설이, 마른기침을 꺼내든 식은땀이, 액정 안에서 흘러내릴 것이라고 생각한 적 또한 없었다 유산된 아이가 튀어 오르고 목 디스크에 화가 난 칼을 꽂고 폐렴을 꽃피우는, 골방을 떠도는 손가락들을 상상이나 했었겠는가 고공 행진의 혈압이 끝내 터졌는데도 검지들과 엄지들은 접속한다 너무 가까이 있는 지인知人들이란 손가락들, 언제 손가락들이 손가락질로 바뀔지 모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추 값이 탭댄스를 추고 암 투병하던 아버지가 액정 안에서 슬픈 이모티콘 닮은 알약으로 쏟아진다 날개 단 자동차가 지하도 계단으로 밀어 닥치고 장마에 어시장까지 역류한 고깃배가 액정 안에서 그물을 펼친다
모든 일들이 다 요즘, 이라는 말 한마디에 긍정의 대답을 끄덕거린다 세상은 마음 밖에서 춤추고 우리들의 검지는 마음 안에서 춤춘다
손가락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 윤리에 대해, 역지사지에 대해, 종교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기억이란 말을 접속이라는 말로 고쳐 불러야 한다 한낱 복수에 관한 정설도 폭로의 방식도 모두 손가락들에게 일러 줘야 한다
죽는 그날까지 손가락들을 예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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