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의 시간
김인숙
선친의 식목(植木)으로 자라고 늙은
감나무의 연중행사란 떫은 것을 보살피고
다시 물렁해지면서 쇠락한 입맛과 입 속을
공경하는 일이였다
몰골은 이미 오래전에 늙었지만
해마다 연두와 단풍을 들였던 감나무의 부음(訃音),
봄볕이 부지런히 독촉을 해도
감나무는 외진 가지 끝 하나 열지 않았다.
일제히 공중을 닫아걸고 고사(枯死)에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감나무가 먼저 부음을 전해 온 것이다.
아침이면 감나무 가지에서 자주 노래를 부르던 참새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가지에 붙은 새의 깃털을 모아서
쓸쓸한 부조(扶助)를 했을 것이다
그 후로 감나무를 찾지 않는 새들은 어디서 서성거릴까
내 허리의 통증도 날로 심해져서
봄날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침(針)을 맞던 아침,
감나무 가지에서 참새들이 날개 퍼덕이는 소리가 났다
부음을 전했던 감나무가 오뉴월 따가운 볕에 멱살 잡혀
저 세상 문턱에서 되돌아 온 것이다
어린 새순을 쓰다듬는 햇살의 함박웃음이
마당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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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회 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2021년 제7회 『시사사』 작품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년 月刊 『시인동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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