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2021년 문학메카 詩 원고 김인숙(미로정원. 봉안 당엔 몇 줌 풍속이 분다)

김인숙로사 2021. 11. 16. 12:46

미로정원 1

 

김인숙

 

 

 

내가 알고 있던 길들은

다 어디로 연결되나

 

누구나 익숙한 행로(行路)를 거쳐

여기 있거나 그곳에 있겠지만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한 켤레의 행선지

미로정원을 헤매는 별자리들

 

눈앞엔 여전히 푸른

침엽의 벽

 

그 많던 제자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고

찾아지는, 혹은 미로

동공 속엔 환()의 날들이

동글동글 굴러다니고

한 시도 쉬지 않는 전전긍긍이란

풍차와 같은, 더듬어 가는 덩굴손과 같은

멈추면 끝인 그곳들을 향하고 있는가

 

수시로 열고 닫히는

미로정원의 입구와 출구들

 

그녀는 내게로

나는 그녀에게로 던지며 놀고 있는

이 천진한 편두통,

물려받은 떫은 피 같은

혹은 추워진 피 같은

 

 

 

봉안 당엔 몇 줌 풍속이 분다

 

 

 

봉안당 칸칸에는

식어버린 영혼들이 들어있다

아무리 밝은 불빛을 비추어도 영혼들은

빛을 더듬지 못한다

 

바람 없이도 매일 흩날리며

유골함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영혼들

바람에 매여

매일 매일의 허무의 능선을 만든다

 

어둠 속에서 영혼들은 이승에서의 삶이 기록된 일기장을 받아 들지만 캄캄한 문자들을 읽지 못한다. 자신을 잃은 영혼들은 삶에서의 기록을 읽을 수 없다. 몇 줌 불의 흔적으로 남은 유골단지에서는 가끔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할 것도 같은데 가끔 방문한 산자들의 사설(辭說)을 엿듣는 것으로 망령의 처지를 가늠할 뿐 일체의 감정 없는 동거들이다.

 

남의 일에 온통 기쁨과 슬픔을 뒤섞는 반응은 산자들의 쌍곡선이다

 

바람을 타지 못한 뼛가루들의 침묵

몇 줌 풍속을 상상하지만

진공의 황천을 다 지나야 봉안당에 부는

풍속을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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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現代詩學등단 * 2017시와세계評論 등단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수상

* 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7시사사작품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2020月刊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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