受賞

시집출간『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김인숙로사 2021. 3. 6. 12:53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6月刊 시인동네

 

책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130. 2012현대시학시 등단, 2017시와세계평론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인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출간되었다.

 

  김인숙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스스로를 운반한다.” 시인에게 시간은 느려야 한다. 과거 또는 미래와 끝없이 불화하고 화해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겹겹의 기억과 감정과 꿈을 감각하려면 말이다. “너무 많은 눈을 가진 당신을 나는 기록해야 한다는 다짐이야말로 시인이 자신의 현존성을 지각하는 방식이다. “어딘가에 꽃이 핀다는/사막의 내일을 보기 전까지“ ”나는 나의 공전을 끝낼 수 없다는 열정. 시인은 현생(現生)에 부는 바람만이/오직 내 편이라는 믿음으로 현재를 밀며 나아간다.

 

  해설을 쓴 진순애 평론가에 따르면 “‘당신이라는 나라에 닿기 위한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도 이어질 지속적인 김인숙의 이율배반적인 현존성이며, 김인숙이 품고 있는 마그마와 같은 열정이다. 고독하게 어둠 속에서만 홀로 끓고 있는 마그마와 같은 열정이 과거의 슬픈 소녀 시절에 잉태된 어둠에서 비롯됐을지라도 그것은 김인숙의 현재를 지배하면서 미래로 시간을 끌고 가는 실존적 힘이다.” 시간과의 투쟁은 필사의 존재에게는 영원한 과제이다. 김인숙 시인의 시집은 세심하고도 분별 있는 그 시간의 기록이 될 것이다.

 

마그마  1

 

김인숙

 

 

당신이라는 나라에 가기 위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체온이 끓어오르고 있어요

이렇게 온몸에 불을 붙여 상승하다 보면

언젠간 재만 남게 되겠지만

, 어때요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접근하는 방식인 걸요

 

범접하기엔 차마 먼 빙벽처럼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 꼭 그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은 굳게 닫혀 있군요

평생을 치받아도 동요하지 않는 당신을

지축(地軸)이라 불러도 될까요

고독이라 불러도 될까요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천공(穿孔) 속의 당신

 

당신이라는 나라에 닿기 위해

나 오래전부터 화려한 분신을 꿈꾸었지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불을 품고 살았지요

 

틈을 보여주세요

화려한 분출을 보여드릴게요

 

 

눈먼 집

 

 

  오래된 바람이 녹슨 철 대문을 두드린다 함부로 웃자란 풀들이 처마 끝 거미줄을 뜯어 먹는다 산 채로 늙어가는 붉은 고염나무의 푸념 때문인가 오목눈이 한 마리가 폐허의 그늘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목이 꺾인 굴뚝 속으로 스며드는 햇발의 기둥들,

  햇발에 불을 붙여 옛집을 밝힌다

 

  식은 구들장에서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를 듣는다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무덤 같던 밥공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장판 밑에, 장판 밑에 우글거리던 쥐며느리들이 다 파먹었나 아궁이 흙벽 그을음 속에 아아, 쥐며느리의 수명은 너무 길다 할아버지 기침 소리가 자꾸 헛발을 딛는다

 

  지붕 너머 아득한 대숲이 옛사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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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月刊 現代詩學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評論 등단

* 2013년 제 6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 2015년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 5회 한국비평학회』 학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