受賞

서초문학상 수상(2020년 12월17일)

김인숙로사 2021. 3. 6. 13:41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6月刊 시인동네

 

 

 

 

 

<수상소감>

수많은 말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고독

김인숙

 

 

 

   기쁘고 감사합니다. 받고 싶었던 상이고, 받게 되어서 그냥 기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서초문학상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낱장으로 써 놓은 시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각기 다른 시편을 모으니 생각지 못했던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그 연결고리에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야했습니다.

 

   50만개가 넘는 단어 중에서 우리가 실제로 쓰는 단어는 많아야 5800개라고 합니다. 일상생활로 한정시키면 겨우 몇 백 단어에 불과하다고도 합니다. 수억 수조의 별들이 모여 있는 우주에서 지구라는 단 한 개의 별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들이 가진 상상력의 벽입니다. 그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들입니다. 생명을 잃고 떠도는 수많은 말들을 우리의 의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독한 헤엄을 치는 것이 시를 쓰는 행위입니다. 손끝이 무딘 미숙한 갖바치마냥 그것들을 억지로 떼고 붙이는 일은 마냥 고된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상을 주셨습니다. 저의 부족한 시집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서초문협의 현옥희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들 그리고 여러 문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이 아름다운 영광은 또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움터로 나서는 길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쇠잔한 머리와 삭막한 가슴을 다독이며 많은 말을 찾는 여행을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