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otebook

帽子 <2006年 4月 29日 土曜日 淸 >

김인숙로사 2016. 1. 24. 17:33

帽子     

                                   2006年 4月 29日  土曜日  淸 

 
 
 

 

  모자는 우리집의 가족 편 가르기에 아주 안성맞춤의 물건이다. 남편은 평소에도 모자 쓰기를 즐겨서 모자를 잘 쓰는 큰 아들은 자기편에 두고 유독히 모자 쓰기를 싫어하는 작은 아들은 엄마를 닮았다고 편을 갈랐다

 

  모자라는 물건이 바람이 불어도 근심이고 여자들의 생명인 머리를 망가뜨리니 나와는 별로 친한 물건이 아니었다. 生前에 남편은 내외가 함께 등산할 계획이 있으면 몇일 전 부터 재미있는 얼굴로 모자를 골라 놓았지만 나는 고작 Sun Cap 정도로 고집을 부렸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하늘을 우러러 보기에도 부끄럽게 혼자가 되자 나는 그날로 모자를 써버렸다. 정말로 모자를 쓰고 나니 '김삿갓' 어른의 심중이 헤아려졌다.

 

  또한 그 모자가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만나기 곤란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모자를 깊숙하게 눌러쓰고 안경을 써버리면 그만이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모자를 위로 젖히고 환하게 웃으면 되는 것이다.

 

  조상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머리숱이 워낙 적어서 그 머리숱을 살려 볼려고 그렇게 모자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실랑이를 벌리면서까지 모자 쓰기를 거부했었는데 이제 그 모자를 써서 그 적은 머리숱을 아예 감추어 버렸다.

 

  이제는 商街 진열대의 모자만 보아도 옷과 계절과 모자를 어떻게 맞출까? 또 남편과 나와 모자는 어떤 함수 관계였던가를 골몰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