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집 외 1편
김인숙
오래 된 바람이 녹슨 대문을 두드린다 함부로 웃자란 풀들이
처마 끝 거미줄을 뜯어 먹는다 산채로 늙어가는 붉은 고욤나무
의 푸념 때문인가 오목눈이 한마리가 폐허를 물고 어디론가 사
라진다 목이 꺾인 굴뚝 속으로 스며드는 햇발의 기둥들, 햇발에
불을 붙여 옛집을 밝힌다
식은 구들장에서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를 듣는다 아랫목에 묻
어두었던 무덤같던 밥공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장판 밑에, 장판
밑에 우글거리던 쥐며느리들이 다 파먹었나 아궁이 흙벽 그을음
속에 아아, 쥐며느리의 수명은 너무 길다 할아버지 기침 소리가
자꾸 헛발을 딛는다 지붕 너머 아득한 대숲이 옛사람을 부른다
교차로 Y
8월의 교차로에 차들이 뒤엉켜 있다
노란 유치원차와 파란 활어차가 부딪쳐 난장판이 되었다
유치원 아이들이 노랗게 노랗게 엄마를 부른다 울음소리가 교차로를
뛰어 다닌다 물 밖으로 튕겨진 활어들이 아스팔트 바닥을 긴다 배를 뒤
집고 거품을 내뱉는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 한낮의 햇살이 아스팔트를 녹인다 농어의
점이 점점 더 짙어진다 붉은 아가미의 탄식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광어의 배가 노랗게 익어간다
노란 모자가 놓친 아이가 농어를 들어 올려 품에 안는다
농어의 입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季刊 『포엠포엠』2012年 가을號 揭載
週刊『韓國NGO新聞 』2012年12月10日 再揭載 ( 교차로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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