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 藝術家 』2012年 가을號 揭載 ( 일방적 출구 / 다시 시작되는 천국)

김인숙로사 2016. 1. 22. 13:20

일방적 출구 외 1편

 

김인숙

 

 

 

순서를 기다리는 진찰실 앞에서

사랑은 시작되었다

 

자동판매기,

오렌지 사이다 커피 코코아

몇 번이나 눌러도 되돌아오는 건 동전뿐

동전 같은 불안뿐

 

입천장이 목피질木皮質로 느껴질 때

눈은 천사를 원한다

 

본성을 자극하는 에탄올 냄새

복도를 긴장시키는 하얀 하이힐 소리

고개를 쳐드는 자낙스*의 유혹

우우, 고개를 젓는다,

천사는 어디에도 없다

 

너무 얇은, 유리창 속으로 투신하는 햇살

햇살의 비행이 아름답다

우우우, 고개를 젓는다

 

밀납 인형 같은 간호사들

쓸쓸한 손톱들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항불안제

 

 

 

다시 시작되는 천국

 

성신여대역과 아리랑시네마센터 사이

동판과 동판 사이

바람과 함께 울어 본 적이 있다

 

<길소뜸> <마부> <쉬리>가 솟구쳐 오르고

<벤허> <십계> <붉은 수수밭>은 여전히 상영 중이다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칠수와 만수>

<공동경비구역>

<E. T>

<쉰들러리스트>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리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화양연화>

 

바람과 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季刊 『 藝術家 』2012年 가을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