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제25회 月刊『現代詩學』2012年 新人作品賞 受賞作 (폐쇄회로 外 4편)

김인숙로사 2016. 1. 22. 12:47

폐쇄회로   4편

 

김인숙

 

 

 

그는 모니터들을 들려다보며

여러 명으로 분열된 자신을 본다.

뒷모습엔 걸음의 습관이 있었고

헐렁한 일생으로 걸어가는 옆모습이 보였다.

이것들이 모두 자신의 혐의였다는 것을

혹은 자신의 혐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정해진 반경 너머는 또 어떤 각도들이

움츠리고 있다는 말인가.

어둠은 아무리 되감기를 해도 밝아지지 않는다.

한 순간도 방심한 적 없는 벽들의 눈

그림자가 줄어든 겨울

관절들 마디엔 호시탐탐

녹화된 생의 분량이 돌아다니고 있다.

구겨진 계단을 재단하던 가로등이

옆구리에 눈을 밀어 넣고 있거나

흐릿해서 판독할 수도 없는 생의 화질들

모두들 자신이 모르는 행동으로

자신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안테나로 달빛을 끌어당기고

누군가는 고양이 꼬리를 넘나들며 주정을 부리지만

무음으로 그저 흘러갈 뿐인

녹화된 잔상들.

 

사각지대, 당신과

당신들의 꿈속은 아닐까

끝없이 재생되는 이것은 어떤 분신술인가

감시의 눈 속에서 비밀이 살해되는 세상

 

입증할 수 없는 내가 너무 많다.

 

 

 

여름 판타지

 

 

  햇살을 양푼에다 비벼 먹어야지. 찌그러진 맛을 골라내지 말아야지. 엉키는 것들을 뚝뚝 잘라 넣고 소나기와 물고랑과 모기장을 우적우적 씹어야지. 일요일엔 일렁이는 포도나무 아래로 기어 다녀야지. 쏟아지는 비를 기다려야지. 하늘이 뚫린 작은 방에 내 우울을 가둬야지. 포도나무처럼 고약하게 휘어지는 애인을 만나야지. 벌겋게 타올라야지. 쑥쑥 자란 말들은 솎아내야지. 슬픔은 목젖 아래 밀어붙여야지. 말라터진 입술로 포도 알을 으깨야지. 달콤한 맛들이 밀봉되면 왜 미치는 머리카락이 되는지 보여줘야지. 내 우울을 뿌리 채 뽑아들고 벌벌 떨어야지. 난 맨발로 뛰어들어 일요일을 출거야, 신경 줄처럼 매달린 내 분노의 포도 알들을 으깨버릴 거야. 내 속의 비명을 듣고 그물처럼 출렁이는 것들로 원피스를 만들어 입을 거야. 붉은 반점이 생기는 잠을 잘 거야.

 

 

 

순간이 날아간다 

  

 

 

그녀는 용수철 튀어 오르듯 소리쳤다

눈싸움을 하세요,

골목의 눈을 밀고 내려오자

그녀는 다시 외쳤다 안돼요,

거기는 썰매가 지나갈 곳이에요

어설피 잡은 눈덩이가 손에서 미끄러진다

 

눈발의 아우성으로 뭉쳐져 이쪽저쪽을 날아다녔다.

사람들의 신발에서 무늬로 박혔던 흰 길이 떨어졌다.

    

눈 내리는 밤은

포장마차의 임시안주로 차려졌다.

    

파리바게트, 유명약국, 애플피시방 간판까지 바꾸는 눈발.

바람 한 자락 내려와 불 켜진 십자가 창가에 블록을 쌓는다.

낡은 집 처마는 오늘밤 무겁다.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눈싸움을 하세요,

 

골목 끝 집의 소녀, 붉은 망토를 걸치고 썰매를 탄다.

내일을 바겐세일 하는 전당포,

사람들은 눈을 헤치고 비틀비틀 꿈을 빌리러 간다.

    

고래라도 잡을 듯이 속력을 내는,

쌓인 눈이 스르르 돌아앉는다.

폭설, 내가 던진 눈덩이가

여러 번의 순간을 지나 눈앞을 스치듯 날아간다.

 

 

고양이로 죽다 

 

 

  그림자가 일렁이는 어둠 속에서는 죽어 있는 자신을 본다.

 

 그는 15년째 같은 말을 하는 죽음에 잠시 머무르는 중이므로 질문하는 언어는 아직 배우지 못했으니 고양이를 업고 전생, 후생을 넘나들었던 핏줄의 대물림을 뒤져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위험한 빙판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대추나무 빗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파리하게 드러나는 이마처럼 죽어 있는 자신을 볼 것이라고 했다. 주검 앞에서 사람들이 사탕 알을 굴리는지 쓸개를 씹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긴 해도 벗어놓은 모자만큼의 허전함이겠지요?"

    

  최후는 모든 꿈이 빈 껍질로 허우적거리는 고양이라고, 가르릉거리는 부정사를 남발할 뿐이라고 마지막에는 고양이의 울음을 들쳐 업고 천길 속을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고양이의 투시안? 신의 흔적마저 꿰뚫는 귓바퀴?,

    

  그는 그것이 고양이를 업고 전생, 후생을 넘나들었던 그의 家系물림이라고 믿었다

 

 

 

 

사각형의 한쪽 모서리

 

 

 

 12. 나는 기차를 탄다.

  07:00am, 아침이 휘파람을 분다.

  균열을 보인 역엔 소주병들이 구르고

  나무의자들은 싸늘하게 凍死.

    

  유리창에 눌린 얼굴이 뼈마디에 새겨진다.

  기차가 숨을 토해낸다

    

  누군가 뿜어 올린 담배 연기, 천안, 익산, 지금쯤 녹아가거나 쌓여서 지워지는 지도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9시쯤 폭우를 만날 것이라는 오늘의 예보. 말라비틀어진 내 이름위로 눈발이 쌓이고 있다.

    

  패배감의 무게와 바깥 풍경은 서로

  하얗게 저울질 한다.

  그 시소놀이,

  허물어지듯 급정거하는 기차.

    

  셔터 누르듯 기차에서 내린다. 네거티브 필름이 깊이 새겨진 내 이름. 06:00pm, 기차는 역을 출발한다. 나는 악수를 한다 하늘 한쪽으로 기운 내가 역방향좌석으로 달려간다.

 

 

 

月刊『現代詩學』新人作品賞 受賞 所感

 

 

뻔뻔함 그리고 감사함

 

 낡은 서랍속의 먼지 쌓인 습작노트를 다시 들추는 일엔 많은 용필요 했습니다.

습작노트라는 이름만큼이나 유효기간이 지난 들을 다시 주워 담아야 하는 민망함.

덜된 주제에 예민하기만 했어린시절의 자신과 다시 마주쳐야하는 쑥스러움. 시라

는 것은 그게 어린 시절 기억에만 못 박힌 꿈이라고 만 생각했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어와 준 덕분일까요? 이제 와서 왜 옛 기억을 끄집

낼 용기를 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시간의

흐름이 제게 뻔뻔함을 보태준 덕분이었겠지요. 이 모든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시를 다시 써보겠다고 덤벼든 걸보면……

 

 시와의 대결은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내 언어를 상과 화해시키는법을몰라버거웠습니다. 놓친 시간을 따라 잡는건 또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A4 한 장에 몇 줄 글 하나 얹기가 이렇게 힘든지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버둥대던 와중에 이렇게 큰 영광을 안았습니다. 뭐라 더 표현 할 수 없이 기쁩니다. 또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에 나서는 길에 이것 보다 더 큰 힘은 없을 같습니다. 이제는 쇠잔머리와 삭막한 가슴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말을 찾는 여행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저에게 한 자락의 자리를 허락해 주시고 또 의미 없이 흩어져 있던 들을 있어야 할 자리로 이끌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月刊『現代詩學』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항상 저에게 격려를 주셨던 선배 문우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月刊『現代詩學』2012年4月號 揭載.

 

 

* 金仁淑

* 성신여자대학교 同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

*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年 月刊『現代詩學』新人作品賞 受賞 登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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