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外 1편
김 인 숙
무섭게 볶아대는 여름밤,
명치끝을 치받고 있었다
‘난 여름밤이 싫어’
바싹 조인 목줄에 매달려
거실 바닥에 쏟아진 나는
숨 막히는 비바람을 베고 눕는다
내일부터는 홍대 앞 인디밴드에 머리를 디밀고
여름밤을 부숴 버릴 거야
내게 곧장 불화살을 당겼던 너
너의 맛인지 색깔인지
커트 코베인의 노래로 너를 마지막 본 날이 되었지
우리 함께 밤바다라도 갈 생각은 아니었잖니
오늘은 잘 자야지
내일은 할 일이 많을 거야
남자 친구와 외식을 할 거야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지
깨어보니 거리의 퍼포먼스였고
내 목이 길게 늘어진 새벽
몸을 불린 달을 지고 달렸지
밤을 팽개친 채
with coffee
그녀가 나에게 윙크를 했다
나와 여행을 떠나주시겠어요
그 날 내 머리 속 구름을 그녀는 일시에 몰아냈다
그녀는 나에게 날밤을 선물하면서도
악마의 미소를 끊임없이 날렸다
가는 곳 마다 그녀는
넓은 잎들로 내 하늘을 몽땅 가리고
가늘게 허리를 휘청거리는 코스모스로
흩날리는 분가루처럼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 풀면서
쌉쌀한 혓바닥으로 내 입술을 탐색했다
어느 아침 세수 물 속에 핏발 선 눈동자가 빠져 있었다
햇살을 복사해 내는 눈동자가 말했다
‘그녀의 미소 속에 빠져버렸지’
실핏줄 터진 희미한 눈동자를 찬물에 헹구는 순간
내가 노를 젓는 그녀의 진한 향은
이미 새들이 물고 날아가 버린 후였다
함께 한 여행은 어느새 부레풀이 되어
그녀의 깊은 강에 빠져버린
나의 비틀거리는 발걸음,
발뒤꿈치의 티눈이 주저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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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한국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회 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년 月刊 『시인동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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