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 마을 外 1편
김인숙
허공은 기억의 평방미터로 계산되어서
시간이 지나면 한발자국도 디딜 수 없다
그 마을의 굽어진 허공을 넘나들며 오는 소리,
그늘을 피해 묵혀두었던
마을의 설화들이 구불거리며 허공을 탄다
나의 입속 노래는 한없이 늘어졌다
더 이상 역광을 지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입속에서 구취를 만드는 한 낮,
기다리는 편지의 답장은 오지 않고
내방에 기적소리를 마구 밀어 넣는 기차 때문에
주머니에 감춰두었던 비밀이 터지는 소리
한낮이라는
허공 속 저 마을
아버지는 바람을 따라가고
어머니는 한 계절을 널어 말리고
누군지 얼굴이 가물가물한 아이는
민들레에게 허공을 읽어줄 때
머릿속에서 긁어낸 찌꺼기들을 풀무질 한다
내가 날아올라서 기억의 평방미터를
누군가의 눈꺼풀 속에
새겨 넣을 때까지
나는, 나만 아는 나일까
동생의 반 토막 생같이
빛바랜 전단지와 찢긴 바람을
안경 쓰고 들여다보는 누나같이
불효의 지경에서 듣는 어머니의 부음같이
주먹가득 한숨을 모아 쥘 때
얼어붙은 마음에 자꾸 술렁거림이
실금처럼 엉켜 한 발 내딛지도 못할 때
내 동공 속으로 노을이 타오르고
양떼구름이 붉게 물들어 갈 때
나는 누구인가?
이러다 정말,
나만 아는 내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잠시도 내가 내 머릿속을 비운 적 없는데
언제 이렇게 헝클어지고 말았을까
그동안 흘린 절반의 생은
내가 아는 나였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나였을까
이제 헝클어진 머릿속을 쏟아버리고
다가오는 어둠을 가득 담고
저기, 저 골목에 빛나는 가로등 불빛처럼
머릿속에 등 하나 켜야 할 때가
서서히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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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시인 / 평론가)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회 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년 月刊 『시인동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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