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隔月刊 『현대시학』 2021年 5-6月號 (허공 속 마을 外 1편).

김인숙로사 2021. 6. 10. 21:34

허공 속 마을 1

 

김인숙

 

 

 

허공은 기억의 평방미터로 계산되어서

시간이 지나면 한발자국도 디딜 수 없다

그 마을의 굽어진 허공을 넘나들며 오는 소리,

그늘을 피해 묵혀두었던

마을의 설화들이 구불거리며 허공을 탄다

 

나의 입속 노래는 한없이 늘어졌다

더 이상 역광을 지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입속에서 구취를 만드는 한 낮,

 

기다리는 편지의 답장은 오지 않고

내방에 기적소리를 마구 밀어 넣는 기차 때문에

주머니에 감춰두었던 비밀이 터지는 소리

 

한낮이라는

허공 속 저 마을

 

아버지는 바람을 따라가고

어머니는 한 계절을 널어 말리고

누군지 얼굴이 가물가물한 아이는

민들레에게 허공을 읽어줄 때

머릿속에서 긁어낸 찌꺼기들을 풀무질 한다

 

내가 날아올라서 기억의 평방미터를

누군가의 눈꺼풀 속에

새겨 넣을 때까지

 

 

 

나는, 나만 아는 나일까

 

 

 

동생의 반 토막 생같이

빛바랜 전단지와 찢긴 바람을

안경 쓰고 들여다보는 누나같이

불효의 지경에서 듣는 어머니의 부음같이

주먹가득 한숨을 모아 쥘 때

얼어붙은 마음에 자꾸 술렁거림이

실금처럼 엉켜 한 발 내딛지도 못할 때

내 동공 속으로 노을이 타오르고

양떼구름이 붉게 물들어 갈 때

나는 누구인가?

이러다 정말,

나만 아는 내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잠시도 내가 내 머릿속을 비운 적 없는데

언제 이렇게 헝클어지고 말았을까

그동안 흘린 절반의 생은

내가 아는 나였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나였을까

이제 헝클어진 머릿속을 쏟아버리고

다가오는 어둠을 가득 담고

저기, 저 골목에 빛나는 가로등 불빛처럼

머릿속에 등 하나 켜야 할 때가

서서히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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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시인 / 평론가)

* 2012月刊 現代詩學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評論 등단

* 2013년 제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月刊 시인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