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隔月刊 『詩사사』 2018년 7-8月號 揭載 (사막에서 길 찾기/밤이 흔들리는 이유/도시는 하늘이 없다/近作 2편.對談 ).

김인숙로사 2018. 6. 30. 18:53

<新作詩>

사막에서 길 찾기 2

김인숙

버드나무방향을 빌려와야 돼

분명, 몇 개의 신기루 도시와 숲을 지나고

식물의 말에서 물기를 골라내고

마른 목을 축여야 해

이 너른 사막에서 구겨진 행선지를 찾아야 해

개척보다야 뒤따르는 길이 수월하겠지만

목적지의 대부분은 신기루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차려야 해

발자국을 차오르는 사막의 모래들

모래에 익사하는 흔적들

숨을 삼키며 사구를 넘나드는 쌍봉 그림자가

바람기둥 속으로 꼬리를 감춘다

낙타의 아름다운 눈썹에

저녁노을이 깜빡깜빡 묻는다

낙타의 눈물은 모래 밑에서 흐르고

길은 아직 묻혀있다

사구로 스며든 낙타의 피는

모래 위에 하루치의 문장을 새긴다.

새끼의 울음을 삼킨 마두금이 불러내는

바람기둥에 벽을 덧댄 인가를 찾아야 할까

일몰을 자르고 별이 되는

이 사막의 어둠을 익혀야 할까

노숙으로 맞는

모래알만큼의 질문,

회오리, 황량한 사막의 기둥으로

제 갈길 간다

 

밤이 흔들리는 이유

 

펼쳐 놓은 페이지에 검은 구름의 얼룩들,

이 구름을 마시고 뼛속까지 물들었다

이 암운暗雲은 먼 나라의 나뭇가지에서 시작된 것

밤이 흔들리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라면

온통 검은 나비들의 출몰지가 있다는 것

    

커피콩이 익어가는 숲

여과지를 통과하는 검은 지류支流의 추출이

똑똑 세는 불면의 초침으로 떨어진다

밤의 시간엔 검은 향을 맞는 검은 후각이 있다

원을 그리는 스푼의 횟수가 늘어가고

내 입술을 내가 흡입하는 동안

나는 조금씩 부식되겠지

 

의사의 심각한 진단

더 이상 커피에게 먹히지 마세요,

헛구역질과 손끝의 경련이 진득하게 달라붙는

지루한 오후, 소통의 채널이었던

검은 눈의 윙크는 사라졌다

 

책장의 먼지들이 활자들의 카페인을 기다리듯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검은 초침의 구애

조금 환해진 내 속의 어느 원산지에서는

익어가는 빨간 커피콩의 시간이 있다

 

이제 빈 잔으로 남은

찬물에 섞이는 바람의 카페인이 있다

   

 

도시는 하늘이 없다

 

 

강변북로에 어둠이 내린다

멀지 않은 곳에 가발공장이 있었던가,

지금은 묘지가 된

흑발을 심던 여공들은 또 어디서

하얗게 머리카락이 세고 있을까

꼬리를 문 자동차 불빛들 속으로 눈꽃이 진다

물은 편도가 없어 늘 한쪽으로만 흐르고

강 건너 기슭엔 조각난 불빛들이

첨벙거리는 소리도 없이 밝다

흩어진 햇살을 찾던 사람들,

퍼즐 같은 일상을 끝내고 시외로 달려간다

매일 매일이 힘겹게 비대해지고

오늘이 쏟아낸 내장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외곽을 향해서 달려 나간다

고비사막 어디쯤에서 몰려 온 황사는

공중의 지층이거나

바람의 계단들이겠지

전철이 불빛들을 덜컹거리며 강을 건너고

한숨을 연장해 숨을 쉬는

도시의 사람들

햇살도 어느새 신기루가 되어버린 하늘,

한 뼘의 햇살도 만나지 못한 오늘이

빌딩 숲을 건너가면

날마다 사막은 확대되고

웅크린 노숙은 태어난다

흐린 하늘밑에는 흐린 그림자도 없다

 

 

 

<近作詩>

 

 

이 한 으로 보일 때까지 1

 

김인숙

 

 

 

가까운 거리도 먼 거리도

한 시선의 결과점이다

두 갈래의 길이 멀어질수록

하나의 길로 합쳐지는 것은

이미 어떤 화해를 지나왔다는 뜻이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그건 지친 바람이 빠져나간 조각구름이라는 것

과 다른 ,

그리고 또 수만 갈래의 선이

한 매듭으로 뭉쳐진 것이 별들이고 지구라는 것

수십 갈래로 덩굴지는 식물들도

단 한 점의 씨앗이었다는 것

    

만나지 못하는 을 따라 멀어질 때

일생의 한 매듭 또한 풀어지고 만다는 것

    

묶였던 자리에서 다시 출발하는 꼬리는

서서히 속력을 풀면서 간다

너와 나는 입 다무는 새 계절에 도착했고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닮은 계절도 가고 왔다

에서 출발하고 다시

에서 끊어지는 단순법칙이어서

우리는 안개 낀 철길을 달려간다

이 한 점으로 보일 때까지

 

月刊 현대시학20171月號 揭載

 

 

두근거리는 언약들

 

 

 

언약, 이라는 말을

알약이라고 실언하는 순간

어떤 언약은 고질병이 된다

    

말의 도형들을 생각하다

내 귀의 모양을 확인 할 때가 있다

꽃피기 좋은 곳이라고 여겼던 곳들마다

굉음처럼 가시가 돋아난다

나비의 날개에서 들리는 굉음

귓속에 여름하늘을 보관중이라면

천둥과 번개의 파열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언약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있을까

빗소리가 들린다면 언약에 싹이 날 것이고

귓속을 뚫고 들어 온

전두엽에 오선지가 그려질 것이지만

들리니, 멜로디가?

달팽이관 속으로 구르던 실언들이

심장 끝 낭떠러지로 떨어지던

두근두근 타악기의 소리들

    

더 이상 오늘을 잡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귀 없는 언약은

기울어지는 어지럼일 뿐이겠지만

막혀버린 고막이 열린다면

귀는 꽃피듯 쫑긋거릴 것이다

    

언약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다

캄캄한 내 목에서도

흥얼흥얼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季刊 로여는세상2017여름號 揭載

  

 

<對談>

 

 

1. 근황이 궁금 합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요즈음은 날씨도 너무 덥고 사회도 혼란스러워서 마음을 제대로 모으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찾으려고 너무 흔한 방법 중의 하나지만 여행을 합니다. 거창하게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도 소풍삼아 가까운 곳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새롭게 할 수 있거든요. 얼마 전에도 원주의 박경리선생님 토지관 창작터에 다녀왔지만 일상이 더 무료해지면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몇 일 쉬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시인은 언어와의 싸움인데 요즈음의 말들은 태어나는 것도, 변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눈에 띄는 대로, 귀에 걸리는 대로 메모하고, 기억해 두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말들이 시에서 살아 숨 쉴 때 충만한 기쁨의 힘으로 자신을 세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역사가라고 자칭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학생이나 아마추어 역사애호가 같은 모습으로 역사책을 파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의 가장 가까운 왕조 시대였던 조선시대의 정치사도 좋아하고 오스만 제국과 유럽세계와의 문명의 충돌에도 관심이 많습니.

 

3.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언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시인이라면 육체적으로 나이를 먹었어도 지나가 버린 죽은 언어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언어로 세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단순히 유행어나 최신의 어휘를 쓴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시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4. 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이제까지 국내외의 여러 곳을 여행 다녔지만 의외로 인상이 깊었던 곳은 충남 공주였습니다. 뭐랄까요. 해묵은 서랍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소중한 물건을 찾아낸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 옛날의 백제와 신라의 흔적이 교차했던 공주라는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향기에 자못 흥분했던 기억이 있어요.

    

5. 학 외에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요즈음엔 단연코 SNS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IT 기계를 만지는 일도 만만치않은데 이것을 이용해서 인터넷 세상에서 남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더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시작을 해보니 소통의 폭과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내가 발신하는 신호와 누군가로부터 들어오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게다가 물리적 지리적 제약 없이 이런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남아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구요.

    

6. 시인이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시 쓰기의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단기간의 슬럼프 극복을 위해서는 일단 컴퓨터를 끄고 책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조금은 빠른 리듬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해봅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심박수가 올라가는 운동들. 가벼운 등산이라든가 속보로 걷기등의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슬럼프가 길어지면 시나 문학과는 별로 상관없는 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나 여행등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시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안 풀리던 것들이 이렇게 엉뚱한 일을 하는 동안에 풀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느슨해져 있던 시 작업을 다시 바짝 죄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7. 현대의 시, 시인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현대는 시가 죽어버린 시대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언어습관은 점점 시와 같은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어요. 길이가 점점 짧아지지요. 하지만 짧아진 길이만큼 의미가 함축되어 있느냐는 의문이에요. 길이는 짧고 의미는 모호한 언어가 늘어나면서 사고의 깊이는 얕아지고 언어적 오해는 늘어나고 있지요. 시인의 역할은 이런 시대에 정제되어 함축적이면서도 의미가 풍부한 언어를 세상에 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세상이 시라는 장르를 좋아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시인에 해야 할 사회적 책무라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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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

* 2012月刊 現代詩學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 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2015년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