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언제나 일인용이다 外 1편
김인숙
길을 잃는다는 것은
그 길에 묶인다는 것
기압과 기압이 만날 때 물의 불빛을 보았다
순간의 절단면切斷面조차 보이지 않고
내리 꽂히는 폭우
어쩌면 번개의 태생지란
불가능의 문이 살짝 열리는 곳이 아닐까
우리에겐 수많은 폭우가 내린다
그럴 때마다
우산은 언제나 일인용이다
폭우를 집에 들여놓지 못하듯
우산이 늘 폭우 근처를 서성이듯
양팔 잘린 토르소와
중심 잃은 나인 핀으로
우린 서로 멋쩍게 돌고 있다
내가 밟은 브레이크는 어디까지 밀려갈 것인가
스키드마크의 굉음과
내 목덜미에 박힌 파편은 언제 털어낼 수 있을까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고
우산위로 쏟아지는 하늘의 말씀에
왼쪽 어깨가 다 젖는다
겨울을 건너는 잣나무
지금은 바람에게도
송곳니가 돋는 계절,
이빨자국이 선명한 허공의 목덜미를
거꾸로 선 솔잎들이 쓸어내린다
웅크린 하늘이 갈기를 털자
깃털처럼 조각조각 오후가 흩어진다
지형은 손과 발이 없는 짐승
계절마다 털 색깔을 바꾸며 질긴 시간들을 먹어치운다
씨앗들은 서둘러 숨은 지 오래고
분주해진 잣나무들이
서둘러 질척한 하루를 쓸어간다
바람은 이파리들은 편식하고
목을 움츠리는 것들은
모두 목덜미에 유언을 두고 있으니
앞니를 드러낸 바람 앞에 동면은 상책의 은신이다
바스러지는 각질의 소리로 겨울은 깊고
봄은 내일의 목록에 들어있다
위험표시를 붙인 진눈깨비가
깜빡깜빡 제 영역표시를 하고 지나간다
얇고 짧은 눈밭도
설치류의 발자국이 먹고 싶었을 것이다.
진공포장 된 계절이 제 순서를 기다릴 때
바늘잎을 세운 잣나무들이
넓고 넓은 바람 한 장을 재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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