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으로
김인숙
소갈머리마저 다 빠져버린 수상한 여편네가
거울 앞에 서 있다
구겨진 의자에 담겨 티셔츠 구멍 속으로 불룩한 배를 밀어 넣는다 젠장, 입구와 출구 사이에서 터진 수도꼭지처럼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먹다 남은 치킨을 전자렌지에 넣는다 2분을 기다리지 못해 모서리가 닳은 소파에 걸터앉아 TV를 켠다 입담으로 먹고사는 여자들이 지지직, 치킨처럼 익은 얼굴로 수다를 떤다 말 많은 여자들의 아침은 비눗방울처럼 가볍다 수화기를 든다 친구와 약속을 하려다가 여성지 표지 모델의 애잔한 눈빛에 끌려 잡지를 든다 왼손에 커피 잔을 들고 오른 손으로 커피 잔을 찾는다 지겨운 파리들, 지겨운 햇살들…… 무표정한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무표정한 표지가 되어간다
日刊 『인터넷 文學In』2013年2月 19日月 再揭載
隔月刊 『詩사사』2012年 11-12月.61號 揭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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