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애지』2016年 봄號 揭載( 스카프의 길 / 그림자 핏줄)

김인숙로사 2016. 2. 7. 18:21

스카프의 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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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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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구나무섰던 목감기가 해열의 완만한 틈으로 스르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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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카프 한 장, 외할머니의 영정에 매어 놓는다 묶였던 곳들마다 외할머니가 있다 지난 구랍(舊臘), 삼대 째 폭설을 만난 스카프는 잘 날아가는 물건이어서 눈송이들의 모서리를 잘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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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무늬 스카프 한 장, 겉과 속을 버렸으므로 양면의 체취로 삼대의 목덜미를 옮겨 다닌다 그런 날이면 기하학적으로 부는 바람의 무늬가 가끔은 따뜻하다 접히거나 둘둘 말려 긴 시간 계절 밖에서 잠자코 있다가 네 귀퉁이 발 빠르게 계절로 감겨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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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 째 외갓집 골목 같은 실크로드를 거쳐 외할아버지를 따라와 시간을 견딘 스카프 속에는 모래바람이 불고 정사각형으로 접힌 꼭짓점에서 피어오른 구름들이 나선형 방향으로 흐르는 서역의 험로險路가 들어있다


  흰 폭설을 다 싸고도 남을 스카프 한 장, 물려줄 방향이 없다는 듯 가끔 저 혼자 펄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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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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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 속에는 그림자들이 흘러 다닌다.

폭죽같이 터지는 예감을

물려받은 핏줄이라고 믿는다.

핏줄 끝에서 환하게 터지는 얼굴

웃음과 울음이 그 얼굴로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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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의 검은 수혈

돌아보면 커다란 혈액봉투가 따라다니는

폭설에 일그러진 얼굴

방향을 잃은 눈동자가 활활 탄다.

새로운 길이 나타나길 기다리기엔

물려받은 예감이 너무 빈약하고

나에게 곧게 뻗친 첫 번째 예감과

두 번째 예감의 차이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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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로부터 물려받은 예감들이 녹슬기 전에

넘치는 텔레파시에 구멍이 생기기전에

바람의 심술에 들숨 날숨이 길을 잃기 전에

자동차소리도 노랫소리도

물소리도 바람소리도

모두 제 길을 찾도록 하자

모든 길을 내어주자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저 예감이 녹슬기 전에

어깨를 스치는 나뭇잎이

약솜 같이 감겨들기 전에

가위로 그림자를 싹둑,

잘라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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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現代詩學』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 제 6회『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 제 7회 季刊『열린시학』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