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詩에 』2014年 겨을號 揭載. (당신을 클릭하다. 四季의 소네트 )

김인숙로사 2016. 1. 22. 21:57

당신을 클릭하다 外 1편

김인숙

 

 

 

   당신은 긴 혀끝으로 밤을 밀어 올렸지 방안가득 한 다발의 얼룩진 말들을 찰랑거리는 당신을 어느 때나 만났지 여러 층의 음계로 때를 기다리는 당신, 얼굴에 그려지는 그 수많은 그림들, 속으로 삭히고 참아온 곳에서 언제나 바람소리가 새어났지 달콤한 언어로 깃털을 조금 뽑았을 뿐 당신은 무표정으로 현기증이 난다고 했지 그러나 사탕 같은 시간들은 쉬지 않고 녹아 내렸지 방안을 뒹굴며 곡선으로 몸을 또르르 말았지만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지 멋대로 시간을 재단하면서 몸속에 솜사탕을 가득 쌓아올렸지 매일 꼬집어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머리카락 때문에 정신이 아득했을 뿐 햇살 뒤로 고개를 숙이는 나에게 밤은 쓰디쓴 탕약 같았지 밤을 잃은 당신은 흩어진 말들을 꾸러미에 꿰어차고

 

 

 

四季의 소네트

 

 

 

   꽃물이 손톱 끝에서 곤두박질 칠 때 뒷걸음질에 실족한 볕이 욕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말 타는 아이들이 곡선으로 기울어 눈썹을 오르내리는 바람 떼의 춤사위를보고 있었다 빛이 쏟아낸 선물 상자가 벗겨지고 있었다

 

  강의동과 맞닿은 삼각 하늘 한 조각이 전깃줄에 매달렸다 핏기 없는 도서관 학생의

얼굴에 정오가 깃들었다 동굴 된 뱃속을 뛰쳐나온 허기가 입술을 내밀고 뜬 구름으로

배를 채운 학생의 오수가 컴퓨터 자판을 덮었다

 

  부푼 과즙 향이 사과를 빠져 나오고 회오리를 일으킨 향이 불타고 있었다 햇살 닮은

할머니의 관절염 다리가 뒤뚱거리고 허둥대는 그림자가 지팡이에 끌려가고 있었다

귀향을 서두르는 철새들의 날갯짓에 어둠의 눈꺼풀이 덮이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배달부의 눈 속엔 바싹 줄어든 볕이 출렁인다 골목엔 양보를 모르는

클랙슨이 시간을 재촉하고 발톱을 세운 고양이가 습한 도시를 핥는다 수능을 끝낸

학생들이 교차로를 무너뜨린다 처음 듣는 음악이 하얗게 넘친다

 


* 2012年 月刊『現代詩學』新人作品賞 受賞

* E-mail : haik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