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季刊 『詩山脈』 2015年 봄號 揭載 (시인에게 묻다)

김인숙로사 2016. 1. 22. 15:57

시인에게 묻다

 

김인숙

 

 

 

* 요즘 관심 있는 분야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말의 생명을 뒤쫓는 일입니다. 시를 쓰는 일이 일상의 전부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말, 숨겨진 말들을 찾아다니는데 요즘의 말은 예전과 달리 태어나는 것도,

변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너무나 빠릅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대로, 귀에 걸리는 대로 메모하고,

기억해 두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말이 시에서 살아 숨 쉴 때의 기쁨은 시인들

이라면 모두들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작품 속 화자로서 <나>는 누구인가요?

꽃처럼 정반대의 얼굴을 가진 사물이 또 있을까요? 생명의 환희를 경탄하는 순간을 함께하던

꽃은 죽음과 함께 시간이 멎는 자리에도 색깔만 달리한 채 그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꽃 속 얼굴」의 화자는 죽음이 늘 상냥하게 곁에 머물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으로 지금 어느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궁금해 합니다. 그러기에 가끔 본인이 머무를 꽃 속에서 이런 꽃의

이중성을 마치 박제처럼 잔인하고도 예리하게 그려봅니다.

수많은 꽃의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죽음. 꽃잎으로 그어낸 망자(亡者)의 경계선을 넘지 못하는

살아남은 자들의 주저와 회한. 꽃 속 의 얼굴과 함께 꽃잎의 빛깔은 틀림없이 아름다울텐데,

그 빛깔이 뿜어내는 채도는 몹시 슬프고 아프고, 시립니다. 

 

* 최근 나에게 다가온 詩 한 편은

고영 시인의 詩「나는 불 꺼진 숲을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는 숲이 제 앞에 펼쳐졌습니다.

숲속을 헤매던 시인은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하얀 백지위에 詩語를 토해내는 작자로부터

분열된 자아는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일까요?  그 자아가 맨발로 헤쳐 나가는 숲속은 몹시도

황량합니다. 푸른 잎은 떨어지고 가지들은말라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마침내 어두운 숲속의 입구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시인.  그렇게 헤매던 시인은 무엇을

찾은 것일까요? 그렇게 유성을 품은 산비둘기가  날 때마다 숲의 환한 빛이 제 어깨에도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나는 불 꺼진 숲을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_고영

추분 지나 급격하게 야위는 가을밤,

실내등 불빛 아래서 『랭보―지옥으로부터의 자유』를 읽다가

랭보의 무덤에 이르러 나는 밑줄을 긋는다

밑줄 아래로 펼쳐진 회화나무 숲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산비둘기가 보였다

잉크로 쓴 내 첫사랑은 유성이 되었다

검정파랑빨강 삼색의 잉크병을 비우면 희망도 상처로 번졌다

책을 떠나서 가벼워진 단어들 문법들 그리고 금방이라도

뾰르릉 날아갈 것 같은 詩語들,

유혹은 놓칠 수 없는 것들만 밤새 끌고 다녔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숲은 마약처럼 위험했다

부도난 어음은 찢겨져 길거리에 뿌려졌다 지갑 속에서

낯선 명함들이 죽어 나가기도 했다 내 연락처엔

야윈 발자국들만 웅성거렸다

바람이 이끄는 길을 밟고 가기도 너무 벅찼다

세상은, 문법이 통하지 않는 미로 같았다

랭보의 무덤을 지나 밑줄도 끝났다

밑줄 너머로 펼쳐진 회화나무 숲에서

아름다운 유성을 품고 있는 산비둘기가 보였다

저토록 눈부신 알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산비둘기 날 때마다 숲은 환해졌던 것인가

나는 불 꺼진 숲을 이제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 내 생애에서 금년은 어떤 의미가 될까?

금년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한해였습니다. 이제까지의 습관, 믿음,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양식을 한 바퀴 뒤집어 보는 한해였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일이 어긋나기도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또 먼 길을 돌아가야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쯤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용기를 얻은 것은 덤이라고 하겠습니다.

 

季刊『詩山脈』2015年 봄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