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시와표현』 2020年 여름號 揭載 (밤을 위하여 /손끝에 전이된 나비 ).

김인숙로사 2020. 7. 26. 02:33

밤을 위하여 외 1편

 

김인숙

 

 

 

바짝 말라 하얗게 질린 밤이 강을 이루고

짧아진 생각들이 밤을 비켜간다

헝클어진 시간들이 단단히 뿌리를 박는다

 

하늘을 미워하는 시간이 있다

그럴 즈음

노래를 부르는 내 목청에 귓바퀴를 세우는

바람처럼 밤의 표정이 사나워진다

목청이 갈라진 내가 바람을 따르듯

저 밤을 따라

어딘가에 빨려들고 싶다

지금 두 눈을 뚫고 젖은 사연들이 쏟아져도

 

생각 없이 부서질 수 있는 기둥이므로

밤은 애틋한 그리움이다

항상 부르는 노래는 밤을 위한 것이다

 

밤으로 내장을 가득 채우고 싶다

목청을 다듬어

밤을 위한 노래를 하고 싶다

 

밤이 혀끝을 길게 내밀지 않아도

나는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다

 

 

손끝에 전이된 나비

 

 

 

나비가 날아오르는 줄 알았는데

무희의 날개옷이 날고 있었다

봄볕에 자라난 날개옷이

​바람의 휘몰이에 찢겨지고

 

​마음 기댈 데가 없어

무대 아래서 계속 나비를 쫓았다

달콤했던 날들이

쉬지 않고 녹아내린 자리엔

그늘이 넘쳐난 자국들

그 자국을 바라보면

깊고 아린 통증이 쏟아진다

 

무대 위 나비의 날갯짓에선 꽃향기가 났다

그 향기를 따라가는 배고픈 무희는

손끝의 회전을 멈추지 않고

화려한 조명을 쫓아 날아오르지만

 

관객의 박수가 사라지면

멀미가 나는 초라한 나비들

마음은 온통

잃어버린 무대를 찾고 있지만

조명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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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