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다짐
김인숙
바람의 生을 쫓는 나무는
비바람이 뿌리 채 뽑으며 아우성칠 무렵
한기로 오그라든 발가락으로
날개를 늘어뜨린 병든 새같이
참기 어려울 만큼 먹먹해 진다
허공이 먹구름 사이로 질주할 때
죽음의 그늘을 뒤집어쓴 나무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며
힘껏 마음을 닫고 차가운 물을 길어 올리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오늘밤은 결코 잠을 자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나무는 긴 머리를 흔들며
내일은 상쾌한 하늘이 열릴 거야
그러면 오그라든 온몸을 툭툭 털며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거야
한 밤이 새도록
목덜미가 싸늘해지도록
나무는 다짐을 풀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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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시인 평론가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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