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산림문학』 2020年 봄號 揭載 (나무의 다짐).

김인숙로사 2020. 4. 19. 20:26

나무의 다짐

 

김인숙

 

바람의 을 쫓는 나무는

비바람이 뿌리 채 뽑으며 아우성칠 무렵

한기로 오그라든 발가락으로

날개를 늘어뜨린 병든 새같이

참기 어려울 만큼 먹먹해 진다

 

허공이 먹구름 사이로 질주할 때

죽음의 그늘을 뒤집어쓴 나무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며

힘껏 마음을 닫고 차가운 물을 길어 올리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오늘밤은 결코 잠을 자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나무는 긴 머리를 흔들며

내일은 상쾌한 하늘이 열릴 거야

그러면 오그라든 온몸을 툭툭 털며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거야

 

한 밤이 새도록

목덜미가 싸늘해지도록

나무는 다짐을 풀어 내린다

------------

김인숙 / * 시인 평론가

* 2012月刊 現代詩學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評論 등단

* 2013년 제 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2015년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