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시산맥』 2019年 봄號 揭載 (우산은 언제나 1인용이다)

김인숙로사 2019. 2. 23. 22:44

우산은 언제나 1인용이다


김인숙

 



길을 잃는다는 것은

그 길에 묶인다는 것일까

기압과 기압이 만날 때 물의 불빛을 보았다

폭우를 가르며 내리 꽂히던

순간의 절단면切斷面

     

 디스플레이 된 중절모를 쓴 사람은 누구일까

쇼 윈도우와 쇼 윈도우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번개의 태생지는 아닐까

우리에겐 항상 수많은 폭우가 내린다

그럴 때마다 우산은 언제나 1인용임을 깨닫는다


양팔 잘린 토르소와

중심 잃은 나인 핀

우린 서로 멋쩍게 돌고 있다

 

내가 밟은 브레이크는 어디까지 밀려갈 것인가

스키드 마크의 굉음은

어째서 내 아우성을 집어삼키는 걸까

내 목덜미에 박힌 파편은 털어낼 수 없다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

내 안에 당신이 나를 깨워주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발걸음

번개는 쳐도 천둥은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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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月刊 現代詩學 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評論등단

            * 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