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月刊『시문학』2016年 10月號 再揭載 (햇빛 속으로, 거울과의 동행. 일방적 출구)

김인숙로사 2016. 11. 19. 22:22

햇빛 속으로

 

김인숙

 

 

 

내가 너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때

너의 시선은 바닥을 친다

걷잡을 수 없는 시간이 몰려오고 있다

너무 많은 눈이 있어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너와 나의 거리가 10년만큼이나 멀다

관계란 그런 것

그림자 위의 그림자가

그림자 밑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는 것

커피 잔과 잔 사이에 머물었던 여운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문 밖에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잡을 수 없다,

그것을 알기까지

나는 얼마나 더 너의 뒷모습을 기억해야 할까

  

햇빛 속으로

두 마리의 비둘기가 한데 묶여 날아간다

비둘기에겐 없는 이별이

사람들 사이엔 있다

 

내 그림자가 너무 길다

   

 

 

거울과의 동행

      

 

 

내가 당신과 눈을 맞추고 걸어갈 때

천둥은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너무 많은 눈을 가진 당신은

동행이라는 그 아름다운 말을 아는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저 구름과 새의 비행을

어제의 달콤한 속삭임이었다고 이야기하면

당신은 무엇으로 나를 설득시킬 것인가

너무 많은 비상구를 가진 당신과 당신 사이에서

나는 또 무엇으로 나를 설득시킬 것인가

당신의 눈을 가리는 태양의 무늬를

이제 허상이라 이야기하겠다

내가 당신과 눈을 맞추고 걸어갈 때

천둥은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것마저 허상이라 이야기하기 전에

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가 어디로 굴러가는지

너무 많은 눈을 가진 당신이

기록해야 한다 먼 훗날까지 지켜봐야 한다

누군가 당신을 불러주기 전까지

누군가 당신을 닫아주기 전까지

      

 

 

일방적 출구

 

 

순서를 기다리는 진찰실 앞에서

사랑은 시작되었다

  

자동판매기,

오렌지 사이다 커피 코코아

몇 번이나 눌러도 되돌아오는 건 동전뿐

동전 같은 불안뿐

  

입천장이 목피질木皮質로 느껴질 때

눈은 천사를 원한다

   

본​성을 자극하는 에탄올 냄새

복도를 긴장시키는 하얀 하이힐 소리

고개를 쳐드는 자낙스*의 유혹

고개를 젓는다,

천사는 어디에도 없다

  

너무 얇은, 유리창 속으로 투신하는 햇살

햇살의 비행이 아름답다

고개를 젓는다

 

밀납 인형 같은 간호사들

쓸쓸한 손톱들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항불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