寂
김인숙
블라인드를 열며 너의 목소리를 쫓는다
생각이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방향을 바꾼다
푸른 담쟁이가 보고파 청라靑蘿언덕을 오른다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우린 서로 언덕 아래 위 방향으로 각각 중심을 잡았다
오지 말았어야 했다
청라를 키웠던 너의 발소리,
언덕에 걸어 두고 온 네 목소리는 꿈속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우릴 엿보던 담쟁이,
그 시간으로 가려면 모서리에 매달린 거미줄을 타야한다
한 뼘 자란 기억을 잘라낸다
너의 모습은 어제인 듯 백합향
너를 부르려고 입을 열면 또 다시 백합향
서로 아래위로 잡았던 중심축이 점점 멀어져간다
어지럽던 좁은 골목엔 차가운 쇳소리만 가득했다
골목에서 마주친 노파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 언덕을 내려왔을 때 내 귀는 올이 풀려 있었다
소리의 올을 한 가닥씩 잡아당기면서
바람으로 귓속을 헹구어도 답이 없었다
그 동안 많은 햇살이 살해되었다
그 언덕은 여전히 말이 없다
주머니 속 생각들이 질척거린다
季刊『 詩와表現 』2013年 봄號 揭載
'詩 廣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季刊 『詩와美學』2013年 여름號 揭載 ( 미로 / 겨울을 건너다 ) (0) | 2016.01.22 |
---|---|
月刊『 現代詩 』2013年6月號 揭載 ( 매직 쇼 / 번지점프 ) (0) | 2016.01.22 |
季刊『 詩山脈 』2013年 봄號 揭載 (新作-종착역의 다음 역. 롤러코스트./再揭載-작별판타지아./ 시인의 말) (0) | 2016.01.22 |
日刊 『인터넷 文學In 』2013年2月 19日 揭載 ( 新作-with coffee / 再揭載-거울 속으로 ) (0) | 2016.01.22 |
月刊 『 現代詩學 』2013年 1月號 揭載 ( 부메랑 / 포장 ) (0) | 201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