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 詩와表現 』2013年 봄號 揭載 ( 寂 )

김인숙로사 2016. 1. 22. 13:37


 

김인숙

 

 

블라인드를 열며 너의 목소리를 쫓는다

생각이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방향을 바꾼다

푸른 담쟁이가 보고파 청라靑蘿언덕을 오른다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우린 서로 언덕 아래 위 방향으로 각각 중심을 잡았다

오지 말았어야 했다

청라를 키웠던 너의 발소리,

언덕에 걸어 두고 온 네 목소리는 꿈속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우릴 엿보던 담쟁이,

그 시간으로 가려면 모서리에 매달린 거미줄을 타야한다

한 뼘 자란 기억을 잘라낸다

너의 모습은 어제인 듯 백합향

너를 부르려고 입을 열면 또 다시 백합향

서로 아래위로 잡았던 중심축이 점점 멀어져간다

어지럽던 좁은 골목엔 차가운 쇳소리만 가득했다

골목에서 마주친 노파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 언덕을 내려왔을 때 내 귀는 올이 풀려 있었다

소리의 올을 한 가닥씩 잡아당기면서

바람으로 귓속을 헹구어도 답이 없었다

그 동안 많은 햇살이 살해되었다

그 언덕은 여전히 말이 없다

주머니 속 생각들이 질척거린다


季刊『 詩와表現 』2013年 봄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