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갤러리
김인숙(로사)
일생을 전시한다는 어느 전시회에 갔어요.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유년과 청년의 시절이었어요. 특히 청년의 시절엔 모퉁이들이 많았고 사금파리가 박혀있는 담장과 줄장미가 갇혀 있었어요. 그 외 시간들엔 빈 액자들이 많았어요. 설령 그림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그리다 만 느낌의 추상화들이 주종을 이뤘어요. 나는 심심해서 빈 액자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렸어요. 갤러리 창밖에서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창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를 보고 이름을 불렀지만 그 친구는 나를 향해 침을 뱉었어요. 갤러리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 창문은 이상한 창문이어서 안과 밖이 서로 모른 척 하는 창문이랬어요
드문드문 끊어진 주제들이 어쩌면 더 효과적인 일생을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건, 누구의 꿈속이냐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한 번도 깬 적이 없으니 이건 꿈이 아니라고 했어요. “어쩌면 당신은 지금, 당신의 꿈에서 잠시 깨어난 중인지도 모릅니다.” 그 중 친절한 사람이 내게 말 했어요. 이 길고 지루한 시간이 잠깐의 꿈밖이라면 내가 그동안 그렸던 그림은 물수제비에 불과했을까요
우리는 가끔 선명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꿈밖이나 꿈속에서도 우리는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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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수상
* 2020년 제22회 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2020년 月刊 『시인동네』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