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정오
김인숙
거부할 수 없는 불세례로 두려운
한낮
매미들도
샛빨갛게 달군 기원을
쉬임없이 쏟아 붓는다.
한나절을 돌아온 햇살이
직각으로 내리꽂는 반사 빛이
숲의 틈새를 비집는다.
수줍어 숨은 숲길
키 작은 싸리나무들의 어깨춤이
부채살 빛 사이를 넘나들며
눈썹을 세운 자작나무를 따르는 발돋움에
한 여름의 햇살도 한 뼘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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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 2013년 제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