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원금상환 법
김인숙
모태를 빌려 태어난 몸이
모태를 닮으려 버둥거린다.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날들 중에도
잦은 울음을 이자로 받는 핏줄의
이 이상한 원금상환 법,
우리는 등으로 갚는 내림이다.
업혔던 기억으로 다시 내 등을 갚는다.
발랄한 핏줄은 항상
내 몸속을 맴돌며 전전긍긍이다.
숨 붙은 몸을 낳아놓으면
세상이 살을 붙이고 말을 가르친다고 믿는다.
몸을 빌린 기억은 까맣게 잊고
자꾸 육친의 부피를 덜어내려고만 한다.
진하고 끈끈한 붉은 피돌기가
몸속에서 나를 두드리며 돌아다닌다.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나는 끝없이 낮아진다.
저금리로 상환기일도 없는 빚
한 점의 눈송이가 속력에 따라 불어난
눈 더미로 다시 눈사람으로 불어나듯
피와 살로 지은 빚으로 연체된다.
몇 대를 흘러도 그대로 남는 원금과
차용증 한 장 없는 채무관계.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하염없이
눈물이 아래로만 흘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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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년 月刊 『現代詩學』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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