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착각의 시학』 2016年 겨울號 揭載 (木神의 四月. 잠녀潛女의 시간 )

김인숙로사 2016. 12. 4. 12:10

木神四月 1

  

김인숙

    

 

木神으로 몸을 낮춘 처지에

바랄게 있다면

발끝까지 밀어내린 눈높이에서

하찮은 풀꽃을 키우는 일입니다

4월 지나고 오월 기다려도

木神엔 물오르지도

꽃피지도 않을 것입니다

    

바람은 죽은 나무들의

험한 가지사이를 지나갑니다

보세요, 산 나무들과 죽은 나무들은

언어가 다릅니다

그러니 당신도 귀를 헐고

빗장은 버리고

숨겨놓은 절반들을 찾아야 합니다

    

내일, 이란 말은 확신과

의심이 반반으로 모인 날들

약속을 데리고 갈 순 없습니다

모든 그날들에겐

그날의 약속이 있으니까요

    

이제 잠자리들이 앉아

안심하는 곳이 되겠습니다

죽은 새들의 영혼이

날아가지 않는 곳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풀잎의 숨결은 잊고

강물의 대답은

반짝이며 흘러가게 두세요

​ 

 

 

잠녀潛女의 시간

 

 

 

물질로 길을 낸 잠녀의 얼굴엔

물결무늬 주름이 가득하다

    

허리에 묶은 뽕돌 무게 쪽으로 오늘이 기울어진다

밑바닥을 샅샅이 뒤질 때마다

물 밖으로 도망치는 숨

언젠가 재어본 깊은 수심에 다친 마음처럼

무너진 주위들은 맴도는 허공이 된다

    

포말의 함성, 바다의 본색을 잡아 올리다

휘청, 허공을 끌고 빗창과 수경이 빛을 발하는

짜디짠 거품 속으로 잠수를 결행한다

잠녀의 바다는 늙지 않았다

물속은 굽어진 허리를 탓하지도 않았고 느려진 걸음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언제든지 다족류들의 연체를 내어주었다

숨비소리를 새처럼 날려 보내고 다시

자유로운 수심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바다가 부르는 낡은 포말면허와 함께

숨찬 오늘을 해풍에 띄우면

여기는 구름 한 점 깃들 수 없는 곳,

  

참았던 숨비소리에 허공이 한발 물러선다

환승을 거듭하며 젖은 하루를 내려놓는다

전신을 받쳐 든 해초에 감겨 헛도는

길고도 긴 날숨처럼

젊은 날이 얼굴에서 다 새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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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月刊 現代詩學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6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         *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