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季刊 『시와미학』2015年 겨울號 再揭載 (달팽이의 꿈 ).

김인숙로사 2016. 7. 24. 00:55

달팽이의 꿈

 

김인숙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내일의 바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므로

후생後生에게 맡기고

꽁무니에 따라 붙는 오늘의 바람을

폐부 깊이 들이마시고

나는 나를 끌고 평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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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뒤집어쓴 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기꺼이 나락을 헤매다

나는 새가 될 거야

붉은 날개를 가진 새가 될 거야

종일 타오르는 불꽃,

불타는 노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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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한낮의 뙤약볕을 나에게 퍼부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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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리와 더듬이가 말라비틀어지도록

내 심장이 타들어가도록

온몸이 날개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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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현생現生에 부는 바람만이

오직 내 편이다

 

 

月刊『現代詩』2015년 1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