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그 길

川端康成(가와바타 야스나리) / 『雪國(유키구니)』

김인숙로사 2016. 1. 25. 00:18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1968년 일본 사상 첫 노벨문학상을 받은 <雪國>의 첫 문장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 중 가장 아름다운 첫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경은 군마현(群馬県)과 니가타현(新潟県)의 접경을 말한다.

    또한 터널은 에치고(越後) 산맥 아래를 통과하는 시미즈(清水) 터널이다.


부모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는 東京(도쿄) 출생의 무용연구가 島村(시마무라)가 설국(눈의 고장)의 기생 고마코[駒子]에게 끌려서 설국의 온천장을 다시 찾아가는 중 요오꼬를 기차에서 보게 되면서 미묘한 삼각관계의 심리가 추구된다. 越後湯澤(에치고 유자와)를 무대로 한 설국의 풍물을 배경으로 함축성 있는 관능묘사가 잘 살아 있으며 시마무라를 통한 비정(非情)의 눈이 빛나고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雪國(유키구니)』 중에서-


작가가 13년에 걸쳐 쓴 이 중편소설의 특징은 작품 전체의 주제,줄거리,심지어 인물들의 성격마저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가 일관된 하나의 인물,성격을 묘사하기보다는 순간적이고 인상적인 단면을 중심으로 서술해 가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인 전지적 작가 시점과는 달리 중심 인물인 駒子(고마꼬)나 요오꼬를 비춰내는 거울같은 존재로서의 시마무라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비정하고 절제된 시각으로 작품을 독특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또한 인간과 자연 배경과의 융합을 시도하면서 작품은 섬세하면서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를 띠며, 환상적이고 싸늘한 설국의 분위기와 어울려 인간의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근원적인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인도의 타고르의 뒤를 이어 동양인으로서 두번째로 노벨문학상(1968년)을 수상한  川端康成
(가와바타 야스나리) 는 1899년 6월 11일 阪(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사별한 것과
병약한 체질은 그의 문학에 강한 그늘을 던졌다. 제1고등학교와 東京(도쿄)대학문학부를 졸업하였다.
1924년 요코미쓰 리이치[] 등과 《문예시대》를 창간하여 신감각파의 유력한 일원이
되었으며, 豆(이즈)의 무희()》(1926) 등으로 작가적 지위를 확립했다. 《이즈의 무희》는
사춘기의 청순한 연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초기의 대표작이다. 그후, 《수정환상()》(1931),
《서정가()》(1932), 인생을 비정()의 눈으로 응시한 《금수()》(1933) 등 문제작을
 발표했으며, 《國(유기구니)》(1935∼1947)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은 비현실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순일()한 미()의 구축에 성공했으며,
가와바타 문학의 최고봉으로 지목되는 작품이다. 《國》은 《鶴(센바즈루)》(1951)
《고도()》(1962) 등 전후의 작품과 함께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가와바타는 격변
하는 和(쇼와) 시대에서 갖가지 전위문학적 실험을 거듭한 끝에, 전통적인 일본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기의 감성()을 닦아 독자적인 문학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근대 일본문학사상
부동의 지위를 구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