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月刊『 現代詩學 』2015年 5月號 揭載 (바늘의 길 / 연어 캔)

김인숙로사 2016. 1. 22. 23:57

바늘의 길  1

 

김인숙

 

 

 

三代를 완성하기 위해

딸을 낳았지만 여전히 구멍뿐이었다

 

빗나간 가윗날에 밑단은 사라지고

바늘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실꾸리에 감긴 실처럼 하얗게 늘어지던 졸음

바늘 끝이 자꾸 길을 잃었다

돋보기를 쓰고도 저고리 도련을 꺾던

할머니의 야무진 손놀림만

더욱 깊어졌다

골무에 닿은 불빛이

어둔 눈빛을 인도하던 밤은 길었다

 

구렁이는 구렁이의 길을 가서 외롭고

할머니는 할머니의 길을 가서 외로웠다

 

바늘 끝이 외롭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딸을 낳지 않았을 것이었다

할머니의 자투리 시간을 내일로 이어붙이는 동안

한 일생이

다른 일생으로 전이되고 있었다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괘종시계의 초침 소리가 무거웠다

생계는 영원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 

 

 

연어 캔

 

 

연어 캔을 딸 땐

그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한 일생을 깨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연어를 놓아주세요

소파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세찬 물살로 연어를 돌려보내 주세요

연어의 뱃속엔 역류하는 세계가 들어 있어요

그것은 아름다운 파문,

연어는 자초自招하는 물고기예요

예정된 그 죽음의 행로를 잘라야 해요

 

강은 포기를 모르죠

강을 포기하는 것은 연어가 아닌 우리들이니까요

흐르거나, 솟구치거나 한

연어의 꿈

폭포수를 거슬러 오르던

힘찬 꼬리가 달린 우리들의 꿈 말이에요

 

연어 캔을 딸 땐

한 생애가 이룩한 파문이 쏟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2012年 月刊『現代詩學』新人作品賞 受賞 登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