季刊 『 詩와世界 』2012年 겨울號 揭載 ( 10cm의 세상 / 거울과의 동행 )
10cm의 세상 외 1편
김인숙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이끌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꾼다.
거울과의 동행
내가 당신과 눈을 맞추고 걸어갈 때
천둥은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너무 많은 눈을 가진 당신은
동행이라는 그 아름다운 말을 아는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저 구름과 새의 비행을
어제의 달콤한 속삭임이었다고 이야기하면
당신은 무엇으로 나를 설득시킬 것인가
너무 많은 비상구를 가진 당신과 당신 사이에서
나는 또 무엇으로 나를 설득시킬 것인가
당신의 눈을 가리는 태양의 무늬를
이제 허상이라 이야기하겠다
내가 당신과 눈을 맞추고 걸어갈 때
천둥은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것마저 허상이라 이야기하기 전에
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가 어디로 굴러가는지
너무 많은 눈을 가진 당신이
기록해야 한다 먼 훗날까지 지켜봐야 한다
누군가 당신을 불러주기 전까지
누군가 당신을 닫아주기 전까지
季刊 『 詩와世界 』2012年 겨울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