受賞

『한국문학비평학회』2020년 학술상 수상

김인숙로사 2021. 3. 5. 23:32

自然으로 걸어가는 俳句와 禪詩

 

 

미국 초등학생과 하이쿠(俳句)

 

뉴욕의 어느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이 문학 수업 시간에 시 작법을 배우고 있다. 미국의 어린이들이니 예이츠나 프로스트를 읽거나 참고하면서 시의 작법을 배우겠거니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손에 쥐어진 교과서에 실린 시는 열일곱 글자로 된 일본의 짧은 시 하이쿠(俳句).

물론 문학교과서에서 해외의 시나 소설 등을 소개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감상을 위한 작품이 아닌 작법의 틀로서 자신들에게 익숙한 영미시가 아닌 일본의 하이쿠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White chrysanthemums/ Not a speck of dust/ To meet the eye

 

위의 싯구절은 미국 교과서에 실린 하이쿠 작품 중의 하나로 일본에서 하이쿠의 성인으로 추앙을 받는 마쓰오 바쇼(松尾芭蕉)<白菊にたててるちりもな: 흰 국화꽃은 눈에 뜨이는 한 점 티끌도 없네.>를 영역한 것이다. 원래 시라는 문학 장르가 문법의 규범을 뛰어넘는 문학적 허용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위의 싯구는 영문법이 허용하는 범위와 영어와는 정반대의 언어학적 특성을 가진 일본어의 사이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힘든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이쿠를 시 작법의 틀로서 채용한다는 것. 거기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선불교와 하이쿠의 交集合

 

위에서 간략하나마 바쇼의 일생에 대해 소개한 이유는 바로 선불교와 하이쿠의 교집합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무사 집안에서 태어난 바쇼는 선불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물은 아니다. 승복에 삿갓을 쓰고 방랑을 하는 그의 초상 때문에 그를 승려출신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가 승적을 가진 정식 승려였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는 암자에서 참선 생활을 경험했고 그 암자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호를 지었으며 마치 순례와도 같은 여행을 일생의 업으로 삼는 조금은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으로는 선불교의 문화의 맥락이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이런 삶의 이력이 그의 작품에 투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바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 한수를 음미해 보자.

 

古池蛙飛びこむのおと

 かわずとびこむ みずのおと)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들어 물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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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2012月刊 現代詩學』 작품상 수상 詩등단

* 2017季刊 시와세계평론상 수상 評論 등단

* 2013년 제 6한국현대시협작품상 수상

* 20157회 열린시학상 수상

*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 E-mail : haik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