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 現代詩 』 2018年8月號 揭載 (모두가 붉다 / 한 접시의 비린내와 한 점 편집증)
모두가 붉다 外 1편
김인숙
매미는 일곱 겹의 울음을 운다
나무들은 푸른 혈색이 돌고
울음이 온 몸에 돌아 여름 한철을 사는 존재가 있다
누군가 내 죽지 밑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때 나는 붉은 나비가 된다
모두 제 몸을 찢고 나와 겨우 날개 한 벌 얻었다고
서로 동정하며 한 철을 난다
나는 좋아, 붉은 날개와 붉은 눈동자
붉은 입 속에서 새로이 붉어질 밤의 나비
물들여봐 나를,
타는 불꽃이라도 좋아
그렇지만 불나방이라고는 부르지 마
우리는 등燈을 추앙하지 않아
다만 달을 착각할 뿐이고 혼인 날짜를 착각할 뿐이야
그래, 종일 타오르는 상징
기간 내내 타오르는 성화같은 것
불타는 노을 속으로
나비야 염색물이 끓어오르는 숲
내 죽지를 잡고 돌 자갈을 굴리듯
뙤약볕을 쏟아내는 숲을 나와
나에게 불세례를 퍼부어 주렴
나는 붉은 입술과 붉은 머리, 몸이 구겨지는 변색으로
붉은 더듬이로 내 죽지에 접속하는
너의 예민한 안테나를 높이 세워
한순간에 죽지를 무너뜨려봐
너의 숲, 나는 또 다시 붉은 나비가 된다
붉은 심장과 예감, 붉은 입속으로
다시 또 붉어질 밤의 나비가 된다
한 접시의 비린내와 한 점 편집증
생각 속에는 맛을 보는 혀가 있어
젓가락 끝 한 점 편집증이 종일 골똘하지
절여진 식습관,
한 접시의 비린내가 싱싱하고 파슬리는
숲속처럼 푸르고
군침이 혀끝을 맛보는 생
접시는 아가미를 뻐끔거리고
젓가락 끝은 빨갛고
온갖 곁들여진 맛의 장식을 떠올리지
마음은 이미 칼을 들고 비늘을 털지
한 잔의 술이 물고기 부레를 타고 둥둥 뜨고
파도가 깔린 테이블을 떠올리지
한 접시의 비린내와
부서지는 파도의 편집증
찡한 코끝과 날것의 역사를 생각하다
이것은 최초의 식습관이라는,
아무런 장식도 없던 시대의 지루한 식사였으며
밋밋한 포만이었다는 것을 떠올리지
입가에서 풍기는 비린내가
편집증적인 맛에 길들여진 나를 부추기는
퇴근시간이면 푸른 물속의 무중력 유영이 떠오르고
날치 한 마리
입속을 날아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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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등단
*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