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社團 『한국현대시인협회』 제6회 2013年 作品賞 受賞作 (10cm의 세상) 受賞所感 (트위터에 내린 눈)

김인숙로사 2018. 6. 9. 18:03

< 受賞作 >

10cm의 세상

 

김인숙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이끌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꾼다

 

 

<受賞所感>

트위터에 내린 눈


受賞作 '10cm의 세상‘은 21세기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스마트폰의 재미있고 기발한

세계의 이야기다. <직장암 랭보>나 <매 맞는 카사노바>, <귀 밝은 베토벤>등은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닉네임이다. 그것은 실제가 아닌 작품속의 가상이지만 그 닉네임이 가진 메시지를 우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메시지는 오늘날 SNS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이 그대로 눈으로 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눈’이지만 ‘눈’이 쌓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SNS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지금우리가 살고 있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줄달음치는 오늘을 살면서 詩와의 대결은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내 언어를 세상과 화해시키는 법을 몰라 버거웠고 놓친 시간을 따라잡는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버둥대던 와중에 안게 된 이 아름다운 영광은

또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움터로 나서는 길에 큰 힘이 되었다.
이제는 쇠잔한 머리와 삭막한 가슴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말을 찾는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