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웹진 『시인광장』 2018年 5월호 揭載 (몽유夢遊의 공백)
김인숙로사
2018. 5. 4. 01:30
몽유夢遊의 공백
김인숙
초승달의 눈썹이
눈 더미 속을 파고드는 밤
소녀의 어깨를 넘어가는 능선 따라
동행의 뒤편을 바라보며
마음속 눈 더미를
눈앞의 눈 더미로 녹인다
누가 내 겨울을 자꾸 훔쳐 가는가
갑자기, 꿈틀거리는 수은주의 눈금
저 눈금을 끌어올리기엔
초승달은 너무 춥고 나도 춥다,
숨겨진 꿈도 추운
삼십년 전
처음 입었던 교복엔 북동풍이 딱 맞았다
몽유 속엔 지금도 눈이 내리고
창밖을 살피면 하얗게 질린 달빛이
서성거리는 공백空白
오각을 세운 심장은 뜨거웠지만
햇살을 안았던 따뜻한 팔이었지만
지금은 얼어붙어 뻣뻣해진 팔이
내 것이 아니라고
소녀여, 슬퍼하지 마라
주거니 받거니 혼자 떠드는
생소한 순간의 소녀,
눈동자엔 지금도 바람이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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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등단
*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