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시와세계』 2017年 겨울號 揭載 (계단을 배운 사람).
김인숙로사
2017. 12. 11. 01:24
계단을 배운 사람
김인숙
나는 처음부터 지하에서 태어났다
나무뿌리같이, 흐르는 물줄기같이
모색(摸索)하는 존재였다
나는 아무에게도 손을 흔들지 않았지만
기차는 내 지하방에 기적 소리를 던지고 지나갔다
집안의 모든 유리들과 창틀들은
마구 흔들며 기차를 따라갔다
내 몸 곳곳에는
싸구려음악의 코드들이 각인된다
통속적인 울음의 반주는 나의 특기
취한 말들을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나는
햇볕처럼 기차처럼 떠나는 연습을 한다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날아가는 자신의 모자를 따라가는 사람
블록 담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장미넝쿨
시간의 모서리를 세우는
정오(正午)의 일가들
내 발가락 티눈과 아토피는 나의 스탭
꿈속의 보폭이 만들어낸 물집과 티눈과 굳은살들이
재빨리 키를 바꿀 때
나는 힘껏 페달을 밟는다
나는 처음부터 지하에서 태어난 사람
처음부터 계단을 배운 사람
그리하여 나는
지상을 향해 매일 태어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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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등단
* 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등단
*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