季刊 『詩로여는세상』 2017年 여름號 揭載 (두근거리는 언약들 / 슬픈 유산)
두근거리는 언약들 외 1편
) -->
김인숙
언약, 이라는 말을
알약이라고 실언하는 순간
어떤 언약은 고질병이 된다
) -->
말의 도형들을 생각하다
내 귀의 모양을 확인 할 때가 있다
꽃피기 좋은 곳이라고 여겼던 곳들마다
굉음처럼 가시가 돋아난다
나비의 날개에서 들리는 굉음
귓속에 여름하늘을 보관중이라면
천둥과 번개의 파열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언약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있을까
빗소리가 들린다면 언약에 싹이 날 것이고
귓속을 뚫고 들어 온
전두엽에 오선지가 그려질 것이지만
들리니, 멜로디가?
달팽이관 속으로 구르던 실언들이
심장 끝 낭떠러지로 떨어지던
두근두근 타악기의 소리들
더 이상 오늘을 잡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귀 없는 언약은
기울어지는 어지럼일 뿐이겠지만
막혀버린 고막이 열린다면
귀는 꽃피듯 쫑긋거릴 것이다
) -->
언약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다
캄캄한 내 목에서도
흥얼흥얼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슬픈 유산
외할머니의 발가락을 꼭 닮은 내 발가락,
엄지발가락 옆에 튀어나온 슬픈 유산
대대로 딸들에게만 전해진 외할머니의 뿔,
어머니도 틀림없이
그 모난 뿔을 딸들에게 남겼다
무지외반증,
쌍두사雙頭蛇의 대가리처럼
너무 많은 수심愁心이
뇌수에 가득 들어 찬 기형의 발가락
그 발가락을 먹이로 오인해 몰려들었다는
사행천蛇行川의 착한 물고기들이
어머니를 키우고, 이모를 키우고, 다시 뿔을 키운
외가의 전설 같은 내력을 듣다가 문득,
버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내 뿔이 용솟음치는 걸
애써 다독인다
주인은 없고 뿔만 남은 외할머니의 신발 앞에서
피내림의 발가락들이 모여 앉아
슬픈 유산의 구전口傳을 잇는다
수많은 딸과 딸들이 물줄기를 이어온 내력에는
떳떳한 발가락의 뿔이 있다
------------
*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제 6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