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詩로여는세상』 2017年 여름號 揭載 (두근거리는 언약들 / 슬픈 유산)

김인숙로사 2017. 7. 26. 01:21

두근거리는 언약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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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언약, 이라는 말을

알약이라고 실언하는 순간

어떤 언약은 고질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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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도형들을 생각하다

내 귀의 모양을 확인 할 때가 있다

꽃피기 좋은 곳이라고 여겼던 곳들마다

굉음처럼 가시가 돋아난다

나비의 날개에서 들리는 굉음

귓속에 여름하늘을 보관중이라면

천둥과 번개의 파열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언약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있을까

빗소리가 들린다면 언약에 싹이 날 것이고

귓속을 뚫고 들어 온

전두엽에 오선지가 그려질 것이지만

들리니, 멜로디가?

달팽이관 속으로 구르던 실언들이

심장 끝 낭떠러지로 떨어지던

두근두근 타악기의 소리들

  

더 이상 오늘을 잡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귀 없는 언약은

기울어지는 어지럼일 뿐이겠지만

막혀버린 고막이 열린다면

귀는 꽃피듯 쫑긋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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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다

캄캄한 내 목에서도

흥얼흥얼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슬픈 유산

 

 

 

 

 

외할머니의 발가락을 꼭 닮은 내 발가락,

엄지발가락 옆에 튀어나온 슬픈 유산

     

대대로 딸들에게만 전해진 외할머니의 뿔,

어머니도 틀림없이

그 모난 뿔을 딸들에게 남겼다

무지외반증,

쌍두사雙頭蛇의 대가리처럼

너무 많은 수심愁心

뇌수에 가득 들어 찬 기형의 발가락

      

그 발가락을 먹이로 오인해 몰려들었다는

사행천蛇行川의 착한 물고기들이

어머니를 키우고, 이모를 키우고, 다시 뿔을 키운

외가의 전설 같은 내력을 듣다가 문득,

버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내 뿔이 용솟음치는 걸

애써 다독인다

    

주인은 없고 뿔만 남은 외할머니의 신발 앞에서

피내림의 발가락들이 모여 앉아

슬픈 유산의 구전口傳을 잇는다

    

수많은 딸과 딸들이 물줄기를 이어온 내력에는

떳떳한 발가락의 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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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月刊 現代詩學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6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