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불교문예』 2017年 여름號 揭載 (징크스 / 구름정류장 ).

김인숙로사 2017. 7. 26. 01:14

징크스

    

김인숙

  

 

 

징크스는 우연을 가장한 번들(bundle)

어디선가 우리를 노리고 있지

절대로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나의 비행기 징크스,

악천후는 고도를 따라 귓속까지 찾아오고

기장의 멘트는 나의 불안한 목록

 

시카고의 어느 공항을 향했을 때

나는 눈사람 녹듯 작아져서 차창 밖으로 흩어지는

네온사인이나 바라보는 것이다

항공기 탑승 검색대 앞에서

좌우 검지 지문으로 스캔되는 망명일지

삑삑거리는 바코드는

언제 나를 검색대에서 끌어낼지 모른다

앵커리지 상공까지 내 짜증을 실어 낸 노트북은

인터넷 쇼핑 몰이 아니면 파이널판타지,

몇 권의 시집과 논쟁 후에 또 대결을 벌리는 체스,

고도 40,000feet에서 끝없이 떠벌리다

  

계속 거리를 좁혀가며 얼떨떨해지는 지도처럼

면세 책자 목록만 멀거니 바라본다

반값의 고도는 품절되지 않았겠지

세금이 없는 내 자유의지를 재고목록에서 뒤적거리다

밀입국자들의 갈라쇼를 상상하는 일

예정에 없던 폭설이 한창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비행기를 내리는 순간, 이미 알아차린다

징크스는 편도 티켓에 이미 안내되어 있고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구름정류장

 

 

 

이 계절엔 술래가 없어

언제든지 숨어들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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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어드는 건 계절풍 때문이지

나는 입속에 눈꽃 한입 넣고

계절풍을 타려고해

눈발들은 더 차가운 쪽으로 흩날리고

나는 더 추운 쪽으로 쌓일 거야

그곳에서 비딱하게 녹아가는

눈사람이나 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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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계절풍은 나보다 늦게 도착하지

나뭇잎이 바람 뒤를 따라 오는 것처럼

승강장에 내린 사람들의 머리가 헝클어졌지

헝클어진다는 것은

바람 속으로 숨으려는 표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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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모자보다 차갑지, 높이 날아오르지

양떼들이 몰려오는 저 하늘 끝

이 계절엔 언제든지

하얗게 숨어들 수 있지

지친 하루를 파묻는 사람들의 적설량처럼

하얀 솜을 부풀리는 구름

흰색의 저녁을 덧칠하면서

승강장이 새롭게 단장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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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역에선

진눈깨비나 폭설의 방향밖엔 없다는 것

너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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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10년역임

* 2012月刊 現代詩學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6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