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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시인광장』선정 2016년 올해의 좋은 시 1000[953]2015年10月1日再揭載 (와이너리)

김인숙로사 2016. 7. 24. 00:59

와이너리

 

김인숙

 

 

 

미치는 맛과 숙성된 맛은

같은 입안이다.

 

층층이 눌린 포도마다 해풍이 넘친다.

말씨름처럼 들끓고 있는

시간의 역류

으깨진 맛들이 향기로 합쳐지는 저장고는

얼굴을 넘어가는

붉은 노을의 시간이다.

 

갇혀있던 시간의 시음試飮

 

코르크마개가 들어있는 나무들이

회오리를 풀면서 열리고 있다.

 

기울어진 숙성을 부추기는 만찬

지붕만 기웃거리던 볕이 꼬리를 거두어가고

한 가문의 지하에선

둥근 항아리들이 끓고 있다.

 

어둠의 중심은

한 알의 포도껍질 속에 들어있다.

 

와이너리의 아침 일과는

콧속의 점막과 대뇌 사이를 청소하는 것

혀와 입술을 닦는 것

검은 색깔의 밤을 맛보는 것

 

한낮의 볕이 부채 살을 펼치는

어둠을 품평品評하고 있다.

 

 

 

季刊 『 詩와世界 』2015年 가을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