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現代詩人協會』2013年 作品賞 受賞作(10cm의 세상 / 受賞 所感- 목각인형을 깎는 장인의 끌날 )
10cm의 세상
김인숙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이끌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꾼다.
목각인형을 깎는 장인의 끌날
매끄럽게 다듬어진 목각인형을 보며 인형의 체적보다도 더 많이 깎여 나갔을 수많은 나무 조각과 거칠게 각이진 나무결들을 보드랍게 하느라 허공에 흩뿌려진 가루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보여지는 현재를 인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사라져간 과거를 기억하는 건 또 한품 팔아야 하는 수고일 뿐입니다.
하나의 작은 무언가를 낳기 위해 더 큰 것을,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버리고 떼어내는 장인의 손짓은 합리적 선택과는 거리가 먼 바보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우 한 줄의 글 사이를 메울 하나의 단어를 위해 수많은 말들을 깎아내는 대패질로 손톱이 뭉개지고 물집이 잡히는 그 작업이야 말로 제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것입니다.
자신의 언어를 세상과 화해시키기 위해 때로는 긁히고 때로는 가시에 찔리면서 이것을 깎아내고 다듬고 나서야 겨우 내 언어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을 만납니다. 이 일은 제 언어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학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냥 그렇게 흩어져도 상관없었을 제 언어에게 소통이라는 기회를 주신『한국현대시인협회』회장님과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季刊『강릉 가는 길』2014年5月 25日 봄 6集 再揭載
季刊 『 詩와世界 』2012年 겨울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