隔月刊『詩사사』2016년 7-8月號 揭載 (귀를 막고 말의 질병을 앓다 / 물의 감정).
귀를 막고 말의 질병을 앓다 외 1편
김인숙
말들이 유일한 나의 질병이었어요. 앞치마를 입은 말, 하이힐을 신고 발목이 부은 말. 기관지염은 눅눅한 안개를 토혈했어요. 말은, 감정은 목구멍의 미각이에요. 내 안의 핏물을 맛보았다면 계획서 따윈 없는 직업이라고 믿어도 됩니다.
당신이 내 목울대 속으로 들어왔다 황급히 돌아나갔던 기억. 목청에선 길 잃은 바람소리가 요란스러워요. 당신 식탁 위의 안개꽃은 누가 뱉어놓은 제철 입맛일까요. 아이들 실로폰 소리는 너무 자라서 옷들이 하나도 맞지 않아요. 아이들이 밀어낸 내 목소리는 다시 질병 속으로 숨어버렸지요. 곤두박질치던 기침은 휴지처럼 풀어졌고요.
당신은 눈처럼 녹아내리고 아이들은 새처럼 날아오르고 가라앉는 목소리를 돋우는 것은 반짝이는 당신의 일이었어요. 계절을 숨긴 안개꽃은 성실해요. 길 잃은 바람의 곤두박질에 낮은 음계로 가라앉은 나의 목소리만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어요.
뒤섞인 꽃의 계절, 내 말들은 모두 귀를 막고 있어요.
물의 감정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셈을 하기엔 너무 멀고 먼 시원始原
감정을 넘친 두 물이 한 손수건에 섞일 때 슬픔은 종류를 버리고 한 감정으로 충실해진다. 아프리카폐어처럼 눈물을 만난 두 눈. 물고기의 언어를 흉내 낸 합창같이 마음을 한데 섞는 포옹같이 묵언默言의 흐느낌으로 서로를 읽은 두 물.
감정은 너무도 정직해서 두 눈을 차별하지 않는다.
물고기들이 거슬러 오르듯 어디선가 복받쳐 올라 다시 저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 계속되는 여울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르지만, 두 물은 상처하나 없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안에서 솟구치는 흐느낌.
내 가장 깊은 곳에서 두 물을 불러낸다는 것, 여러 모양으로 다가설수록 갈피 마다 파고든다는 것.
마침내 내가 강이 된다는 것.
두 물은 속을 들키지 않으려고
소용돌이 쳤지만
물고기들의 합창 같이 질주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섞는 두 눈은
눈앞을 닫지 않는 투명한 물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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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 2012년 月刊 『現代詩學』 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 2013년 제6회 (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 2015년 제7회 季刊 『열린시학』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