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한국미소문학』 2016年 봄號 揭載 (사라진 노래 / 와이너리)

김인숙로사 2016. 4. 22. 03:47

사라진 노래

 

김인숙

 

 

 

  바람은 더 이상

  방향의 척도가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서성거리는

  바람을 묻혀 돌아왔다.

  거리를 서성거렸던 옷들은

  세탁기속에서 빙빙 돈다.

 

  피에로는 울음 반 웃음반의 표정으로 봄날 여울 물 소리를 입에 넣고 노래를 툭툭 뱉어내고 있었다. 목청을 가다듬으면 귀를 비워내는 노래 소리들, 노래는 봄바람의 방향을 닮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귀들과 손뼉으로 지루한 노래를 쫒는 박수치는 사람들.

 

  막다른 골목에는

  창문으로 열리는 노래가 있다.

  그 창문을

  귀로 달고 산지도 오래됐다.

 

  귓바퀴를 맴도는 소식은 큰 발자국을 딛고 지친 걸음으로 사라진 방향을 따라다니던 바람을 온통 쑤셔 넣고 쓸쓸했지만 노래는 어느 방향이 수거해 가는지 어느 열매의 신맛으로 견디고 있는지 여름으로 궁금할 때가 있다.

 

  스스로 사라지는 골목에

  두고 온 노래는

  울음 반 웃음반의 표정의

  피에로가 되었을까.

     

 

 

와이너리

 

 

 

미치는 맛과 숙성된 맛은

같은 입안이다.

     

층층이 눌린 포도마다 해풍이 넘친다.

말씨름처럼 들끓고 있는

시간의 역류

으깨진 맛들이 향기로 합쳐지는 저장고는

얼굴을 넘어가는

붉은 노을의 시간이다.

     

갇혀있던 시간의 시음試飮

    

코르크마개가 들어있는 나무들이

회오리를 풀면서 열리고 있다.

    

기울어진 숙성을 부추기는 만찬

지붕만 기웃거리던 볕이 꼬리를 거두어가고

한 가문의 지하에선

둥근 항아리들이 끓고 있다.

    

어둠의 중심은

한 알의 포도껍질 속에 들어있다.

    

와이너리의 아침 일과는

콧속의 점막과 대뇌 사이를 청소하는 것

혀와 입술을 닦는 것

검은 색깔의 밤을 맛보는 것

    

한낮의 볕이 부채 살을 펼치는

어둠을 품평品評하고 있다.

 

 

* 약력

2012月刊 現代詩學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6회 사단법인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7季刊열린시학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