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의 그 길
大江健三郞 (오에 겐자부로) / 『만연원년의 풋볼(萬延元年のフットボ-ル)』
김인숙로사
2016. 1. 25. 01:39
만연원년의 풋볼(萬延元年のフットボ-ル)
* 해설
현재와 과거 일상과 광기를 넘나드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역작
1994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만연원년의 풋볼'은 만연원년이었던 1860년 막부시대의 민중투쟁과 패전 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인간 불안 심리와 그 황폐함의근저를 파헤친다.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한국에서는 놀라움과 시기심이섞인 눈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오에(大江)가 노벨상을 받게 된 데에는 그의 작품의 질적 완성도 보다는 국제적인 홍보 탓이 컸다는 말도 있었고 그만한 작품은 한국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의 한국에는 오에(大江)의 작품이몇 편 번역 되지 않은 상태였고 정작 노벨상을 받은 작품인 '만연원년의 풋볼'은 소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의 다른 작품들이 노벨상 수상작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오에 겐자부로의 고향인 산골마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민란을 소재로 하여 썼는데 작가가 유년시절 고향 마을의 할머니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 특히 작품 속에는 조선인을 다룬 내용도 나오는데, 조선인과의 소란 마을의 자립을 부르짖으며 조선인 기업가에게 지배받아 온 마을의 힘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인물 등이 그려져 있다.
<만연원년의 풋볼>은 만연원년(1860년)시코쿠(四國)의 산골마을 토호인 네도코로(根所)가문의 두 형제가 농민봉기의 지도자와 진압대장으로 대립한 내력이 4대에 걸쳐 심리적 유산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갖고 있다. 소설은 네도코로 가문의 후손인 미쓰사부로와 동생 다카시가 고향 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도코로 가문에 대물림되는 모험적 행동주의와 무기력한 회의주의는 일본 지식인 사회의 양극단을 지배해온 정서를 대변한다. 오에는 독자들이 쉽게 자신을 읽는 것을 거부한다. 독자가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 작품은 작품 속에도 나오듯이 ‘내면으로 통하는 나선계단의 입구’를 발견한 독자에게는 환희를 발견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고통을 안겨준다.
* 줄거리
『도쿄대학교(東京大學校) 교수인 미쓰사부로는 섬약한 번역가로 백치로 태어난 아들을 요양시설에 맡기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의 아내도 백치 자식을 낳은 충격으로 알콜 중독에 빠져든다. 미국에서 돌아온 동생 다카시는 60년 전일본을 들끓게 했던 안보투쟁의 주동으로 과격한 행동주의자다. 이렇게 네도코로 가문의 후손인 미쓰사부로와 동생 다카시는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시코쿠(四國)의 산골짜기 고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이 만난 것은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주인과 마을사람들의 갈등으로 1945년 작은형의 죽음을 불러왔던 조선인 마을과의 난투극에 대한 유년의 기억이다. 형제는 그들의 할아버지가 관련된 농민 봉기의 전승에 관하여 비행동적인 형과 폭동을 원하는 동생이 팽팽히 맞서는 것을 통하여 역사 인식의 다른 눈을 보여준다. 동생 다카시는 농민봉기를 주도했던 증조부의 동생과 조선인에게 맞아 죽은 작은형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억압받고 있는 부락민의 해방을 위해 폭동을 주도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자살한다. 미쓰사부로는 동생 다카시의 아이를 가진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다시 고향을 떠난다.』
『이 여름이 끝날 무렵, 내 친구는 머리와 얼굴을 온통 붉은색 페인트로 칠하고 항문에 오이를 쑤셔 넣고 벌거벗은 채 목매 죽었다. 나는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내 육체가 부재의 시간을 체험하는 동안 친구의
눈이 그것을 지켜보고 그 정당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에 겐자부로, 『만연원년의 풋볼』 중에서-
* 저자소개 / 大江健三郞 (오에 겐자부로 : 1935~)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타고르와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에 이은 세번째 수상자였다. 1935년 1월 31일일본 남부 시코쿠(四國)의 유명한 사무라이 집안
출신이다. 도쿄(東京)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해 1959년에 졸업했으며 재학시절 문필에 뛰어난재능을
발휘하여 1957년 대학신문에 발표한 <기묘한 일>로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이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죽은 자의 사치'(死者の奢り/1957)로 문단에서 인정을 받고
'사육'(飼育)으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하였다(1958).‘벽 속의 인간’이라는 감금상태를 갖가지
상징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서정을 그려내었다. 1958년 이후 '우리들의 시대'(1959)부터는 성적
(性的) 풍토를 주제에 포함시켜 감금상태로서의 현대를 초월하는 조건을 자유와 연대(連帶) 등의
과제에서발굴하려고 시도한다. '늦게 온 청년'(1962) '성적 인간'(性的人間/1963)'절규'
(叫び聲/1964) '개인적인 체험'(個人的な體驗/ 1964) 만연원년(萬延元年)의 풋볼/1964), '하마에
물리다'(1985) '치료탑'(1990)등의작품이 있다. 1994년 소설'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일본어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깨뜨리는 듯한 거칠면서도 단조로운 문체로 일본 전후세대의
반항을 간결하게 묘사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