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 『산림문학』 2015年 가을號 揭載(숲을 접속하다)

김인숙로사 2016. 1. 23. 00:12

숲을 접속하다

      

김인숙

  

 

 

폭염이 한낮을 건너는

편백나무 숲, 끓어 넘친 짙푸른 염색물에

매염媒染제인양 건들바람이 부어진다.

     

서로를 닮아서 숲,

적절한 위치로 고장 한번 나지 않는 숲.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덤불들엔

윙윙거리는 날개들이 자잘한 꽃들을 클릭한다.

     

쏟아지는 반사 볕에 활짝 옷을 벗은 숲엔

피톤치드로 섞이는 바람의 호흡이 있다.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늘에 들면

한 숨 한 숨 털어낸 숲의 북소리에

바람개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빨대를 꽂고 청량한 계절을 삼키는

​나무는 마디마다 등을 달고

숲의 식도를 밝히고 들숨 날숨으로 영원을 산다.

     

자궁을 열고 물길을 낸 숲,

호흡기 주의보내린 산객山客

편백나무 숲에 아득히 묻히면

피톤치드가 표류 중인 오솔길을 서슴없이 허락한다.

     

푸르게 점화되는 불꽃,

염색의 한낮이

또 어떤 색깔을 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