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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시와표현』2015年 6月號 揭載 (신의 탑)

김인숙로사 2016. 1. 23. 00:03

신의 탑

   

김인숙

 

 

물 주름 밖 기슭에 우뚝 선 탑을 몰래 살폈네

버려진 인간의 표정으로 쌓여진

신의 탑,

부주의하게 첨벙거렸던 한때가

탑의 품위를 해칠까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네

    

그렇게 계절이 줄달음치는 동안

물장구치던 강물에 십층이 빠져버렸고

높은 가지에 걸려던 꿈도 헛디딘 까치발에

이십층마저 와르르 무너져 내렸네

갈수록 먼 곳의 조망도 사라졌네

    

하늘의 깊이로 탑은

생몰의 교착交着 점이 되어

저녁답의 허공에서 잠시 지상에 누웠네

   

추운 봄날에 입맛을 두었던

이별의 구근으로 엉킨 씀바귀 뿌리를 보며

파랗게 봄밭으로 돋던 시절이 그리웠지만

나는 끝내 우물거리던 쓴말과 대답만을 반복하며

철부지 인간이 피워 올린 불꽃놀이에

어둠속으로 오십층이 무릎을 꺾는 것을 보았네

  

나는 탑에 근접하지도 못한 채

성스러운 탑만 염탐하다가

탑돌이라도 한 사람은 기쁨이 넘칠 거라고

기슭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네

깜빡거리는 눈이 짓무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