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廣場
季刊『포엠포엠』2015年봄號 揭載 <마지막 비행 / 식도(食道) >
김인숙로사
2016. 1. 22. 23:53
마지막 비행 外 1편
김인숙
<창고대방출 마지막 정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전단지 한 장
내 발밑에 와서 힘없이 툭, 날갯죽지를 접는다
온기라곤 없는,
계절을 놓친 과월(課月)의 종이 새
마지막 찬스를 물고 날아와
눈치를 살핀다
아직,
정리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듯이
전봇대를 지나
가볍디가벼운 지붕들을 지나
고층빌딩 사이를 지나
며칠 남지 않은 유효기간을 지나
찢기고 구겨진 날개로
도심 한가운데까지 날아온 새 한 마리
마지막 정리를
마지막 숨결처럼 물고
팔랑거리고 있다
뼈 하나 없는 새의 날개를 고이 접어
품속에 넣는다
식도(食道)
식도, 라는
하루도 거를 수 없는 길이 있다
목마를 때 나타나는 침샘과
맛에 취해 안으로 숨어든
충치의 고통을 견디는 순간에도
식도는 묵묵히 걷는다
포만에 욕지기를 동반한 목젖의 움직임
식도의 습관은
역류이거나 배설이다
흥겨운 여정이거나
또는 쓸쓸한 공복이거나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걷는다
즐거운 입을 지나
회항하듯 맛있는 순간을 떠올리며
함구(緘口)의 그곳까지
길고 긴 길 하나를 걷는다